수영, 빈칸을 채우는 배우 [HI★인터뷰]
그가 고르는 작품 기준은?
전혜진과 함께 호흡한 소감
그룹 소녀시대 겸 배우 수영은 작품 수가 많지 않지만 좋은 배우로 자리잡았다. 좋은 이야기를 직접 선택하고 스스로 주연으로 자리매김을 해낸 수영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일을 더하고 싶다는 갈증을 여전히 하고 싶다고 밝힌 만큼 그의 빈칸이 기대를 모은다.
최근 수영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남남'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스물아홉 살 딸을 둔 미혼모 은미와 철없는 엄마 단속이 시급한 진희의 이야기를 통해 '남'을 향한 인정과 공감을 외치고 '남'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영롱 작가가 그린 동명의 카카오웹툰이 원작으로, 출간일 기준 2,500만 이상의 누적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내며 수영은 흥행의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날 수영은 팬미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너무 설레고 할 게 많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한 수영은 "하면서 생각했던 고민이 잘 전달되길 바랐는데 만족스럽다. 원래 잘 신경을 안 썼는데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 '남남'이 잘 돼 이런 시도가 더 많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다 전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성애의 형태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은미는 통상적인 엄마의 모습과 다르다. 캐릭터의 특징이 여태까지 보던 것과 다른 것이 수영을 매료시켰단다. 수영은 "감독님도 저도 '엄마다운 것이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실 모녀에 대한 부분을 시청자들이 잘 이해하길 원했다. 은미는 자기 행복을 찾는 엄마고 진희는 엄마가 남들보다 다르다는 걸 느끼고 큰 딸이다. 우리 가족은 다르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느꼈고 빈 자리를 메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영의 말을 빌리자면 정상과 비정상, 이분법으로 나뉘는 세상에서 '남남'은 가족의 형태를 과감하게, 또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희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밝힌 수영은 "저 역시 엄마를 챙겨주려고 하는 딸이다. 제가 알아서 한다. 은미에게 잔소리하던 것과 같았던 시간이 있었다"면서 "딸로서 엄마에 대한 연민도 있다. 그래서 엄마가 '남남'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늘 엄마와 함께 했던 딸이기에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했다. 독립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분리가 됐다. 엄마와 저는 오롯이 서로의 시간을 보내면서 굳은살이 배긴 후 다시 만나서 건강해진 모녀"라고 표현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수영은 엄마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망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 수영은 콕 집어서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살면서 느낀 감정 중 가장 깊은 감정이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고자 하는 갈증이 있었다.
미혼모의 딸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진희를 완성하기 위해 수영은 대본에서 힌트를 찾았다. 작가가 만든 서사에 기댔고 캐릭터가 숨겨놓은 상처 등을 자각하면서 수영의 진희를 빌드업했다. "후반부에는 서사가 좀 쌓이니까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제가 진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낀 지점이에요. 저도 큰 사건이 와도 아픈 줄 몰랐거든요. 울지 못하고 지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진희가 혼자 배낭가방을 메고 떠나는 마음을 너무 잘 알았어요."
진희를 만들기 위해선 은미의 존재도 중요했다. 수영은 전혜진의 캐스팅을 듣고 너무 설렜다면서 "전혜진 선배님의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아까웠다. 한 번 더 가자고 하면 너무 좋았다. 선배님은 친구 같다. 친구처럼 유머러스하지만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유연하고 재밌다. 제가 제안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다. 한참 후배인데도 같이 술 먹고 거리낌 없이 농담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전혜진과 수영은 은미와 진희는 무슨 말을 해도 아는 정도의 호흡일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를 고스란히 만들었다. 친부와 만나는 장면에서 톤을 잡는 게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수영은 끝까지 진희답게 연기를 해냈다. 작품은 좋은 어른의 필요성도 함께 이야기한다. 가정 내 학대를 보고도 회피하지 않는 이웃, 또 위기에 놓인 이를 향해 몸을 날리는 어른 등이 진희와 은미로 대변된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인류애가 없어지잖아요. 세상에는 피가 섞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위대한 어른들이 분명히 있어요. 가족이 아니어도 각별한 정을 나누는 관계도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의 연인 정경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수영과 정경호는 때로 서로가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단다. 수영은 "서로의 작품이 더 주목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오빠도 '남남'을 좋아해 줬다. 재밌게 챙겨봐주고 피드백도 했다"고 밝혔다.
'런온' '걸캅스' '새해전야' 등 주로 여성 서사의 이야기에서 수영은 유독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다. 그는 여성 서사를 다룬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 반가움을 먼저 드러냈다. '남남' 역시 모녀가 주인공인 여성 서사 드라마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이 툭하면 싸우고 술을 마신다. 시청자들이 한 번 보면 좋아할 것이다. 만들기까지 응원을 받기까지 오래 걸리겠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최근 영화 '밀수'를 극장에서 봤다. 여자가 끌고 나가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자 이야기를 만들 때 '남남'이 본보기가 돼 더 많이 나오는 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긴 시간 서로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사이인 소녀시대 멤버들도 수영의 '남남' 흥행을 두고 기쁜 마음을 전했단다. 수영은 "멤버들이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고 연락했다. 저도 멤버들 첫 방송은 꼭 찾아본다. 저는 그게 참 좋다. 제가 하는 것을 챙겨봐 주고 주목해 주고 집중해 주는 것이 고맙다. 멤버들의 문자가 너무 반갑고 귀하다"고 언급했다.
'남남'을 끝낸 올해 하반기 팬미팅으로 팬들과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수영은 "꼭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 소녀시대 활동하면서 팬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좋다. 팬들과 제가 15년, 16년 되니까 우리 사이의 끈끈함이 있다. 가족같은 정서가 생겼다. 팬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하반기 활동을 짚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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