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뀌는 새만금 밑그림…산단 키우고, 공항은 멈추고
매립 끝난 공구는 산단 분양 ‘완판’
IRA 우회 노린 중국 기업도 ‘관심’
정부, 농지 비중 줄여 단지 늘릴 듯
정권 바뀔 때마다 달라진 기본계획
공항 예산, 부처 요구안의 11% 그쳐
백지화 가능성까지…전북도 ‘불만’
최근 1년여간 투자금 대폭 늘어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업들이 입주할 산업용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를 늘려오던 기업들에는 희소식이지만, 급작스러운 계획 변경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 대해 지역 내에선 비판이 나온다. 당장 내년 착공 예정이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사업 백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새만금 산업단지 분양이 최근 완판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만금 산업단지 내 매립과 조성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1, 2공구와 사실상 매립이 완료된 5, 6공구 지역의 분양이 모두 완판됐다. 각종 세제혜택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늘면서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산업단지 내 매립공사 착공을 준비 중인 7, 8, 9공구가 분양 물량으로 남아 있지만 현재 들어오고 싶어 하는 기업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위기를 밝혔다.
민간기업들이 새만금 산업단지 투자 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새만금 산업단지 투자 현황을 보면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월 현재까지 총 8조500억원이 유치됐는데 이 중 지난해 5월 이후 유치된 투자금이 전체의 82%인 6조58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 LS그룹, SK온 등 30건이 여기에 포함된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한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새만금지구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산 5만t 규모인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LS그룹도 새만금 산업단지 5공구(33만8000㎡)에 양극소재인 전구체 제조공장을 연내 착공해 2025년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투자금은 1조원이다.
IRA·투자진흥지구 지정에 산단 분양 활기
기업들이 새만금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 IRA 시행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 경제질서의 변화와 정부의 세제혜택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새만금을 첫 번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고 입주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해줬다. 투자진흥지구에 창업 또는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은 법인세·소득세를 처음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면제했다. 여기에 미국 IRA 시행은 투자에 불을 붙였다. 2차전지 산업 등의 공급망 재편이 강요된 상황에서 새만금이 미국 시장을 위한 적합한 2차전지 소재 생산지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새만금을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새만금 투자를 확정한 한 기업 관계자는 “IRA는 배터리 부품은 미국 현지에서 만들어야 하지만 핵심광물에 준하는 구성 소재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만들 수 있다”며 “이에 국내 기업과 합작사를 세워 IRA를 우회하려는 중국 기업과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 수요에 맞춰 공장 증설을 하려는 국내 기업이 새만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재검토 중인 새만금 기본계획안에서 농지 비중을 줄이고 산업단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총 면적 409㎢에 해당하는 새만금은 현재 산업연구용지인 1권역이 전체 25.6%(74.4㎢), 농지가 들어서는 농·생명권역이 35.6%(103.6㎢)인데 이 비율을 다시 손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1일 보도자료에서 “기본계획은 2025년 새만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수립할 것”이라면서 “기본계획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공항, 환경·수요 문제로 좌초 위기
그러나 새만금 개발 사업이 36년째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정권마다 부침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피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공약했던 새만금 개발 사업은 원래대로라면 2004년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도 변경되며 36년 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새만금 개발 사업의 목적은 노태우 정부의 100% 농지에서 이명박 정부의 산업·관광, 박근혜 정부의 한·중 경협단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을 거쳐 윤석열 정부의 2차전지까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당장 새만금이 속한 지자체인 전북도는 기본계획 재검토에 대한 불만이 높다. 농지와 산업단지 비중을 재조정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이 과정에서 관련 SOC 사업이 무더기로 축소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을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부처요구안 대비 78% 삭감된 수준인 1479억원만 반영했다.
특히 내년 착공 예정이던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은 부처요구안의 11% 수준에 그쳐 사업 백지화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미 이 사업은 지난달 5100억원 규모 건설공사 입찰이 완료된 상태였는데 최근 정부가 기본계획 재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갑작스럽게 절차가 중단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심의가 시작되지 않고 입찰서만 접수한 단계에서 일시 중단된 것이라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새만금 공항은 환경단체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미래가 더 불투명하다. 원고 측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은 새만금은 환경 파괴는 물론 물류 거점지로써의 기능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공동행동 측은 “신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500m로 C급 항공기만 취항 가능하여 동남아 쪽으로만 이동 가능한 수준”이라며 “비행기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기장 수 역시 고작 5개(제비용 1개 포함)에 불과해 화물전용기의 이착륙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항공 수요도 전북도의 2015년 자체 조사에선 2025년 190만명, 2030년 402만명에 달했지만 국토부의 2019년 용역 연구에선 2029년 72만7335명, 2058년에는 84만6618명으로 크게 줄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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