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화재에… 공장 무상 임대한 기업인

배소영 2023. 9.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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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움을 준 것도 아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번 일이 좋은 선례가 됐다는 분들의 말씀도 고맙습니다."

3일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가 돼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경쟁업체의 불행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박 대표는 "다시 다른 업체에 화재가 발생해도 돕겠다"며 "경쟁하며 남을 무너뜨리지 않고 공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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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
직원·지인 반대에도 통큰 결단
도움 받은 회사는 똑같은 선행
朴대표 “공생의 길 모색할 것”

“큰 도움을 준 것도 아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번 일이 좋은 선례가 됐다는 분들의 말씀도 고맙습니다.”

3일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가 돼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의 말이다. 대일기업은 경북 칠곡군 왜관공단에서 자동차 스포일러를 생산해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앞서 칠곡군은 지난 1일 박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난 1일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오른쪽)가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쟁업체에 도움을 주기로 한 박 대표의 결심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8월 북삼읍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 경쟁회사 A사의 공장이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그는 10년 넘게 일궈온 경쟁업체의 사업이 화재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A사가 부품을 납품해야 할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회사 신용도가 추락하고, 주문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 회사의 존폐가 위협받을 수 있어서였다.

박 대표는 경쟁업체의 불행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직원과 지인의 반대에도 박 대표는 A사가 공장과 설비를 다시 지을 때까지 야간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두 회사의 공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낮에는 박 대표 회사의 제품을 생산하고, 저녁에는 A사 제품을 생산했다. 각종 기자재와 도구가 섞이는 데다 두 회사 직원이 한 공장에서 생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회사의 불편한 동거는 4개월간 이어졌다. 그동안 A사는 박 대표의 도움으로 공장을 다시 지어 사업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렸다.

박 대표가 쏘아 올린 상생의 공은 또 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박 대표의 도움을 받은 A사가 이번엔 또 다른 화재로 공장이 전소된 B사에 공장 무상 대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칠곡군은 박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칠곡에서 생산한 나무로 만든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재욱 군수는 “나무가 시련을 딛고 더욱 힘차게 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라며 “쉽지 않은 나눔을 베푼 박 대표의 선행에 주민을 대표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시 다른 업체에 화재가 발생해도 돕겠다”며 “경쟁하며 남을 무너뜨리지 않고 공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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