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식민지라고 얕봤나…프랑스의 실패한 ‘아프리카 전략’
니제르, 외교관 추방 갈등 속 “프랑스군 나가라” 시위
최근 3년 6개국과 관계 단절…잇단 쿠데타에 입지 줄어
니제르에서 쿠데타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프랑스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에서 연이어 쿠데타가 발생하고 반프랑스 감정이 터져 나오는 배경으로는 현지 민중의 민주주의 염원을 과소평가한 프랑스의 실책이 꼽힌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의 프랑스군 기지 인근에서는 프랑스군 퇴출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 7월26일 쿠데타 이후 니제르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반프랑스 시위로 파악됐다.
시위대는 “프랑스군은 니제르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으며, 프랑스 국기를 두른 관을 들고 다니거나 프랑스 국기색 옷을 입은 염소의 목을 자르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프랑스는 우리 자원을 약탈했다. 그들은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니제르에서는 프랑스가 니제르 군부의 명령을 무시하면서 반프랑스 감정이 더욱 고조됐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니제르에는 프랑스 병력 약 1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지난달 3일 군부는 프랑스와의 군사협정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는데, 프랑스는 적법하지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군부는 최근 니제르 주재 프랑스 대사에게도 추방령을 내리고 48시간 내 출국하라고 통보했으나 프랑스 측은 외교관 특권을 내세우며 따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프랑스는 군부가 축출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니제르 군부는 “프랑스가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하고 있으며 니제르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니제르에서 벌어진 시위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전략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면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3년 동안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6개국과의 관계를 잃었다. 말리, 차드, 부르키나파소, 기니, 니제르 등에서 쿠데타가 이어졌으며 최근엔 가봉에서마저 군부가 정권을 전복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적 환경을 갖춘 영미권 아프리카 지역과 달리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확고한 기반을 갖지 못해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도이체벨레(DW)는 지적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전략이 실패한 원인으로는 민주주의 열망을 과소평가한 점이 꼽힌다. 프랑스는 정권 투명성보다 안정성을 선호했는데, 이것이 독재와 권위주의를 키웠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이들 국가에서 벌인 반테러 활동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대중 반감도 한몫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DW는 옛 프랑스 식민지역의 고질적인 빈곤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과거 식민지배를 상징하는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화폐 ‘세파(CFA)프랑’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오랜 염원에도 2020년이 돼서야 사용이 종료됐다. 서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는 세파프랑을 이용해 이 지역에 활발히 진출한 프랑스 기업들이 자국 천연자원을 착취하고 있다는 분노가 쌓여왔다.
누적된 반프랑스 정서가 쿠데타로 분출하면서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축소’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니아메에서 활동하는 한 분석가는 “이번 위기를 외교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양측 간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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