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전쟁 vs 방탄 국회’ 둘 다 싫은 중도…무당층 역대 최고

임재우 2023. 9. 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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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지지율이 고착 상태를 보이면서 여야 내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정치적 악재에도 정당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무당층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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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삼귀의례를 하며 합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거대 양당 지지율이 고착 상태를 보이면서 여야 내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정치적 악재에도 정당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무당층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 전쟁, 방탄국회 논란 등 자기방어와 상대방 흠집 내기에 몰두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정부·여당의 각종 실책에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히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재명 당대표가 전격적인 단식투쟁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지지도 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5%포인트 내린 27%를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무당층 비율은 윤 정부 출범 뒤 최고치인 32%를 또다시 기록했다. 앞서 지난 7월 셋째 주, 8월 첫째 주에도 32%로 조사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당내에서는 지지율 하락 자체보다도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민주당 지지로 옮겨붙지 않는다’는 점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59%를 기록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해양·수산물의 오염이 걱정된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75%였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는 정당 지지율 30%도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치고는 선방한 것이라고 하지만, 정권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고민도 크다.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이 여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은 34%를 기록했다.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 단식’,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의 제명안 부결 등, 민주당 악재에도 우리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집권 여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책 이슈 등 그동안 당이 주도권을 쥔 게 있는가. 용산(대통령실)에만 끌려다니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국방부·국가보훈부·육군사관학교 등을 앞세워 ‘이념 전쟁’을 이어가면서 민생 이슈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슈는 내년 총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당으로선 이런 논란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야당의 공세에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고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3일 나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위로하기 위해 국회 본청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결국 양당이 기존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는 사이, ‘이탈 중도층’의 규모만 크게 불어난 셈이다. 문제는 기존 지지층과 이탈 중도층의 관심사가 서로 다르거나, 때로는 상충한다는 점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검찰 전쟁’에 강하게 반응하고, 국민의힘 역시 ‘반공 투쟁’에 일부 지지자들이 환호하지만, 중도층 대다수는 이에 염증을 느끼거나 관심이 없다”며 “결국은 충돌하는 양쪽의 관심사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균형감 있는 리더십을 어느 쪽이 먼저 발휘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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