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싸워라” 한마디에…사나워진 국무위원의 ‘입’
“말씀하십시오” 답변 늘어
직설적인 말투로 반박까지
“지방자치법을 보시면 지자체에 대해서 감사를 하거나 시정명령하거나 법적 조치를 하려면 법 위반 사항을 먼저 검토를 해야 되는 거지요?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말씀을 하십시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같이 답했다. 앞서 보훈부는 지난달 27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 저지를 위해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민 의원이 지자체 고유 사무에 중앙부처가 법률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근거를 물은 것이다.
최근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전매특허인 “말씀하십시오”라는 답변이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늘어난 것이 상징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민 의원이 “ ‘세금도둑잡아라’라는 시민단체 아시나”라고 묻자 “주로 민주당과 발맞춰서 일하는 단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도둑잡아라는 검찰 특수활동비와 법무부 장관 출장비 공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민 의원이 “그렇게 정치적인 언어를 쓰지 마시라니까 또 그렇게 말씀을 한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팩트를 말하는 것이다. 위원님은 질문하시고 제가 답을 드리면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직설적인 표현도 많이 늘어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정부는 도쿄전력의 입이 되어버렸다”고 하자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위 의원이 “말을 듣고 답을 하십시오”라고 하자 한 총리는 “어떻게 정부가 얘기를 하는데 일본 도쿄전력의 입이라고 얘기를 하나. 그건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신 것”이라고 발끈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예결특위에서 중앙일보 편집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질문받자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며 “팩트 자체가 틀렸는데 왜 그것을 갖다가 자꾸만 비틀어서 질문하나”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강상면 노선(수정안)을 제안한 동해종합기술공사에 관한 민주당 측 질의에 “전관들에게 특혜를 주려 계약을 일부러 엉터리로 했다면 장관인 저부터 감방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위원들의 달라진 답변 태도가 윤 대통령 주문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은 모두 정무직 정치인이고 국무위원들은 논리와 말을 가지고 싸우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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