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막천자는 의사의 고유한 의료행위일까?

박창범 2023. 9. 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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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사의 지도와 감독아래서 전문간호사가 골수채취를 위해 골막천자를 시행하는 것은 적법한 의료행위일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골막천자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을 진단하기 위하여 골수가 들어 있는 골반뼈를 굵고 긴 바늘로 찔러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검사이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은 종양전문간호사들에게 골막천자 검사방법 등을 교육시킨 후 의사의 지도와 감독아래서 골막천자를 시행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후 서울아산병원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에 검찰은 전문간호사가 골수천자를 시행하는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라고 판단하고 약식기소를 했다. 하지만 해당병원은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보다 골막천자숙련도가 높아 의료사고의 위험이 없고, 해외에서는 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식재판을 신청하였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직접 골막천자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골막천자는 환자에게 신경손상이나 심각한 출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의사의 지도와 감독하에서 수행되었기 종양전문간호사에 의해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2심재판부는 달랐다. 골막천자를 받던 환자가 사망했던 다른 사례처럼 출혈 등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가 예약프로그램을 통해 골수검사를 예약하면 의사의 입회없이 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하였는데, 이를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나 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양전문간호사라는 것이 종양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의 자격을 인정받은 것일 뿐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는 없고, 숙련도는 특정 의료행위를 얼마만큼 수행해 왔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의료법령과 체계가 상이한 해외에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국내에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골막천자를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가 아니라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종양전문간호사의 골막천자로 인하여 환자건강이 손상되는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고 고발이 이뤄진 후에는 의사가 골막천자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였다. 해당병원은 대법원에 항소하였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들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사는 환자를 관찰 및 자료수집, 요양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 등을 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간호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업무범위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간호 및 진료보조를 할 수 있고 의료기사는 각 종별에 따라 다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령에서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에서 허용된 간호사의 진료보조의 범위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보조행위의 면허 내 의료행위여부는 보호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 환자상태가 어떠한 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종합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애매한 유권해석을 하면서 간단한 문진, 활력징후측정, 혈당측정, 채혈 등 진단보조행위, 일반적인 주사행위, 수술진행 보조 및 병동 진료실의 소독보조, 혈관로 확보, 소변로 확보, 관장 등 치료보호행위, 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조제투약의 약무보조행위 등으로 나열하였다.

정리하면 현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와 같은 의료보조인력의 의료행위가 법령에서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이들의 면허나 자격제도의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도 사례에 따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은 주된 판단기준으로 의사의 지도감독아래서 진료보조행위가 시행되었는지, 문제가 되는 의료행위가 객관적으로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 환자상태가 어떤 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위임하는 경우 적어도 같은 공간 안에서 반드시 의사의 지도 및 감독 하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의료행위,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의사가 시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원무과 직원과 같은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간호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에게 자신의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적인 행위로서 처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심전도 검사의 경우 의료법에 의하여 의사가 직접 수행하거나 의사의 지시감독아래서 임상병리사만이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만약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심전도 검사를 위하여 환자 몸에 패치를 부착하거나 작동버튼을 누르거나 하는 경우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간호조무사에게 물리치료를 지시하거나 방사선촬영을 지시하는 경우도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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