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시도’ 시민 구한 소방관, 2년전엔 ‘연락 두절’ 부부 구조
“연탄가스를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만을 반복하는 신고 전화를 받고 직감적으로 극단적 선택 시도를 의심, 신고자 목숨을 살린 소방관 사연이 전해졌다. 이 소방관은 2년 전에도 “제주도 화순곶자왈인데요”라는 짤막한 말 뒤 바로 끊긴 전화를 단순 장난전화로 판단하지 않고 추적해 한 부부를 구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19종합상황실 소속 상황관리 요원 장연경 소방장은 지난 6월 새벽 시간대 힘없는 목소리로 “연탄가스를 마시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반복하는 전화를 받았다. 장 소방장은 이 전화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라고 판단, 주변 동료에게 도움 메시지를 전파하고 신고자의 위치 추적을 진행했다.
신고자가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위치추적과 역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장 소방장은 일부러 신고자와 대화를 이어갔고, 강제 위치추적을 통해 GPS 값을 확보했다.
위치추적 결과를 토대로 구급대원들이 도착한 현장에는 실제로 신고자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있었다. 소방 당국은 즉시 신고자를 병원으로 옮겼고,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장 소방장은 이후 신고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파악한 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연결해 줬다.
이 같은 장 소방장의 대처는 지난달 31일 대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전국 119 상황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장 소방장은 “신고자 입장에서 신고내용을 이해하고,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공감을 바탕으로 사소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한편 장 소방장에게 비슷한 일은 2021년 8월에도 있었다. 제주 지역 매체에 따르면, 당시 장 소방장은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밤 “제주도 화순곶자왈인데”라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이 한 마디 뒤 뚝 끊겼고, 다시 통화 연결이 되지도 않았다. 이에 장 소방장은 신고 전화가 심상치 않다고 여겨 즉시 119센터 출동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 결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곶자왈에서 길을 잃은 60대 관광객 부부가 반나절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당시 장 소방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단 한마디 말이었는데 뭔가 구조 요청을 하는 느낌을 받아서, 늦은 밤이기도 했기에 위험에 처했겠다 생각하고 관할 출동대를 먼저 출동시켰다”며 “전화가 바로 끊겨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여러 번 전화를 걸었는데 꺼져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긴장되고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두분 다 구조돼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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