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설악 지킨 '중청대피소', 다음 달 역사 속으로

조재근 기자 2023. 9. 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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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이들에게 30년간 쉼터가 됐던 중청대피소가 안전상의 이유로 다음 달 철거에 들어갑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하루 최대 115명, 연간 1만 3천여 명이 안전한 등반을 위해 중청대피소에서 묵었습니다.

[김청환/전 설악산 중청대피소 직원 : (등산객들이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러면 흔쾌히 버너·취사 용구 다 내주시고 그렇게 해서 (준비 못 해)오신 분들이 굶주리지 않게끔 그때는 낭만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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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이들에게 30년간 쉼터가 됐던 중청대피소가 안전상의 이유로 다음 달 철거에 들어갑니다. 이 자리에는 숙박 기능을 없앤 새 대피소가 들어섭니다.

조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1990년대 초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 일대의 모습입니다.

민간이나 군 헬기를 이용해 난방용 갈탄이나 물품을 수송합니다.

대피소라고는 1983년 민간 산악회가 돌과 나무로 만든 허름한 가건물이 전부였습니다.

94년이 돼서야 비로소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현대식 건물의 대피소가 지어졌습니다.

야영객들에 의해 훼손되던 대청봉 주변의 식생과 희귀 식물을 보존하고, 탈진하거나 폭설과 혹한, 부상으로 조난된 등산객도 즉각 구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하루 최대 115명, 연간 1만 3천여 명이 안전한 등반을 위해 중청대피소에서 묵었습니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좁은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 해결하면서 정을 쌓기도 했습니다.

[김청환/전 설악산 중청대피소 직원 : (등산객들이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러면 흔쾌히 버너·취사 용구 다 내주시고 그렇게 해서 (준비 못 해)오신 분들이 굶주리지 않게끔… 그때는 낭만도 있었고.]

대한민국의 첫얼음과 첫눈 대부분도 이곳에서 관측했습니다.

'등산객의 쉼터'였던 중청대피소가 오는 10월 14일 마지막 숙박을 끝으로 지은 지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강풍과 폭설에 건물이 빨리 노후돼 지난 2016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는 10월 중순부터 철거에 들어가는데, 내년 12월 새 건물이 지어지면 비상 대피 공간만 제공하고 등산객들의 숙박은 불가능해집니다.

중청대피소 폐쇄로 줄어든 숙박 공간은 인근의 소청과 희운각대피소가 대체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허춘, 화면제공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사진제공 : 국립공원공단·김청환)

조재근 기자 jkc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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