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찾은 교황 "中 가톨릭신자, 좋은 크리스천·좋은 시민돼야"(종합)

한종구 2023. 9. 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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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중국 국민을 고귀한 국민이라 칭하며 중국 정부에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외국의 영향을 뿌리 뽑고 공산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황의 발언이 가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 촉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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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철학자 키르케고르 인용하며 종교 간 대화와 조화 강조
몽골서 종교 간 화합 강조하는 교황 (울란바토르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종교 간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기독교의 여러 교파와 불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교황은 모든 종교가 조화롭게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2023.09.03 danh2023@yna.co.kr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유한주 기자 = 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중국 국민을 고귀한 국민이라 칭하며 중국 정부에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 말미에 홍콩의 전·현직 대주교를 불러 소개했다.

교황은 "이 자리를 빌려 고귀한 중국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저는 모든 (중국) 국민이 앞으로 나아가고 항상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좋은 크리스천이자 좋은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언급한 '좋은 크리스천·좋은 시민' 표현은 바티칸이 공산주의 정부에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 사회·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바티칸은 지난 7월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두기로 하며 관계를 격상시킨 베트남에 대해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바티칸은 중국 정부에도 주 베이징 바티칸 상주 대표부 설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외국의 영향을 뿌리 뽑고 공산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황의 발언이 가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 제한 완화 촉구라고 설명했다.

앞서 외신들은 교황의 몽골 방문을 앞두고 가톨릭 신자가 1천450명 남짓으로 알려진 국가에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를 피해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관례대로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주석과 중국인들에게 안부의 인사를 전한다"며 "국가의 안녕을 위한 내 기도를 확언하면서,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통합과 평화의 신성한 축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몽골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2023.9.3. photo@yna.co.kr

교황은 이날 오전 종교 간 회의 연설에서는 불경 등을 언급하며 모든 종교가 조화롭게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오늘 우리는 고대 지혜 학파의 겸손한 계승자로서 함께 모였다"면서 '지혜로운 자는 베푸는 것을 기뻐한다'는 부처의 글을 인용하며 이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복되다'고 한 예수의 말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성(聖) 프란치스코, 19세기 덴마크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등을 인용해 "우리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종교적 전통이 그 교유함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종교 간 회의에는 복음주의 등 기독교 다른 교파와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 대표들이 참석했다.

교황은 이날 종교 간 대화와 문화적 대화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화는 차이를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편협함과 일방적 강요, 근본주의, 이데올로기적 제약이 형제애를 파괴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평화를 해친다면서 "종교적 믿음과 폭력, 거룩함과 억압, 종교적 전통과 종파주의는 섞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몽골을 방문한 교황은 4일 '자비의 집'에서 사회복지 활동가들을 만난 뒤 귀국길에 오르며 4박 5일의 몽골 방문을 마무리한다.

hanju@yna.co.kr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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