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이 나의 유전자를 길들인다[친절한 식품 이야기]
인간의 유전자는 우리의 생리적인 특성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연구들은 식습관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일부 식품은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증가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음식은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의 활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은 암세포가 느슨하게 만든 암 억제 유전자 발현을 회복시켜 세포를 보호합니다.
포도, 마늘, 양파, 생강, 브로콜리의 주요 성분에 의한 히스톤 변형과 메틸화 능력도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조절에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의 식사, 운동, 생활 습관, 흡연, 그리고 수면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은 우리의 건강과 유전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개인의 유전자는 이런 변수들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노출된 환경 인자는 우리 몸의 유전자에게 생화학 신호를 전달해 의사소통을 하며 유전자 스위치를 끄거나 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신체에 사는 각종 미생물)과도 소통합니다. 즉, 개인의 선택에 따른 ‘라이프스타일-환경-유전 정보’ 간의 결합이 건강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습관은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선한 채소, 곡물, 과일 및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는 염증을 줄이고 항산화 작용을 촉진해 유전자 변이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영양소 섭취는 대사를 개선하고 체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적힌 말로 들리겠지만, 이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합니다. 마트에서 식품을 선택할 때 맛뿐만 아니라 어떤 영양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능성이 표기돼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올바르게 선택하는 영리함도 가져야 합니다.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최적의 식습관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 개인의 유전적인 기반에 맞는 식습관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유전자는 우리의 생리적 특성을 결정하지만,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그 영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식습관은 우리의 유전자를 길들이는 역할을 하며,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식습관은 더 나은 건강과 ‘웰빙’을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식이에 대한 유전자의 적응에는 꽤 긴 세월이 걸립니다. 한국인의 유전자는 아직 고칼로리와 고지방 등으로 대표되는 음식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구화된 생활 패턴과 식생활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 질병을 증가시킵니다.
꼭 유전적 개념이 아니어도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건강한 식생활은 질병 예방과 삶의 질 확보를 위해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인식을 통해 각 개인이 유전자를 길들이고 건강을 뒷받침하는 최상의 식습관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명선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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