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사람이 오는 일이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 부처들이 앞다투어 외국인력 유입을 늘리겠다고 야단이다. 지난달 법무부는 내년 숙련기능 외국인력(E-7) 쿼터를 기존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17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다. 장관이 직접 조선소를 방문해 ‘깨작깨작 늘리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표현을 써가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당장 내년부터 5년 이상 장기체류하면서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3만3000명 이상 늘어난다. 평균적으로 3~4명의 가족을 동반하는 걸 고려하면 실제 10만명 이상 외국인이 늘어날 것이다.
지난주에는 고용노동부도 가세했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킬러규제 혁파’라는 이름으로 당장 이달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별 고용 한도를 2배 이상 늘린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외국인 노동자를 충원하기 위해 올해 고용허가 대상 노동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으로 늘렸는데, 더 늘린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사업장의 규모와 업종도 더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더 쉽고, 더 많은 외국인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산업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 발표 어디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으로 입국만 시키면 국가의 역할은 끝나는가? 외국 인력정책이 마치 물건이나 로봇을 수입하는 것처럼 숫자로만 설명할 수 있는 정책인가?
현장을 보자. 이달만 하더라도 일하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언론에 보도된 외국인 노동자 사망 사건이 인천 송도, 경남 합천, 경기 안성, 충남 아산 등 4건이었다.
통계적으로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 2010년 1114명에서 2019년 855명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사망자 숫자만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이 영세하거나, 같은 사업장 내에서도 위험한 작업이 외국인들에게 맡겨진다. 여기에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안전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은 그대로 둔 채 외국인력의 숫자만 늘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가?
일하고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인 임금 체불 규모는 2017년 783억원에서 2021년 1183억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제도의 공백을 이용하는 사업주들과 소극적인 근로감독관의 태도에 매달 수십만원의 임금을 ‘합법적으로’ 빼앗기고 있다. 수년째 국제인권기구에서 개선을 권고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사업장 이동제한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에서 사람을 사람이 아닌 숫자로만 대하고 있으니 현장의 인종차별은 더욱 노골적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큰 위험요인이다. 스위스의 극작가 막스 프리슈는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고 했다. 사람이 오는 일은 숫자보다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인권이 중심이 되는 이민정책을 기대한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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