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들고양이들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던 그 사람/ 혼자 남으니 쓸쓸하네요/ 내 마음 허전하네요.”
‘마음 약해서’(정두수 작사·김영광 작곡), ‘십오야’ 등 히트곡으로 유명한 혼성그룹 ‘와일드 캣츠’의 리드싱어 임종임(예명 임종님·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활동 당시 쇼트커트로 자른 머리에 나팔바지를 입고, 현란한 춤과 노래로 무대를 누볐던 그는 한 마리 ‘들고양이’ 같았다. 1979년 발표한 음반 <더 와일드 캣츠>의 수록곡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듬해부터는 솔로 가수로 독립해 활동했다. 1981년 보니 엠의 ‘바하마 마마’를 번안한 ‘말하나 마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 노래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하나마나 송’으로 각색돼 주제가처럼 불렸다.
여고 시절 인천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났던 임종임은 1968년 지인의 추천으로 미8군 쇼 무대에 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배웠고, 색소폰과 플루트 등 연주에도 능했으며, 팝송도 곧잘 불러서 인기가 높았다. 88 서울 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그룹 코리아나의 리더 김영일의 주선으로 이은형, 최시라 등을 만나 6인조 그룹 ‘와일드 캣츠’를 결성한 게 1971년이었다. 프랑스 국적의 쇼비즈니스 회사에 소속된 이들은 월남전 위문 공연을 비롯해 동남아, 홍콩 등지에서 활약했다. 아바나 보니 엠을 연상케 하는 디스코풍의 팝을 구사하면서 밤무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중간에 남성 멤버들이 합류해 혼성으로 활동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임종임은 외국 활동 중에 종종 귀국해 김혜숙이라는 예명으로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 약해서’ 등이 순식간에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오랫동안 라이브 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뒷받침됐다. 평소 “음악과 결혼했다”고 말하던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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