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뜻도 모르고 쓰는 ‘옥석구분’과 ‘타산지석’
우리말에는 한자말이 많다. 그럼에도 한자 공부에 소홀한 것이 요즘의 사회 분위기다. 그런 탓에 언중 사이에서 본래의 뜻과 달리 엉뚱하게 쓰이는 한자말도 적지 않다. ‘옥석구분’이 대표적 사례다.
“사람을 쓸 때는 옥석구분을 잘해야 한다” 따위처럼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의미로 옥석구분을 쓰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사자성어 옥석구분에는 그런 의미가 없다. 모든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옥석구분의 한자 표기는 ‘玉石俱焚’이다.
<서경> ‘하서편’에 나오는 ‘玉石俱焚’은 “옥이나 돌이 모두 불에 탄다”는 뜻으로,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이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받음을 이르는 말이다. “옥과 돌을 가린다”는 의미라면 ‘玉石區分’이 돼야 하는데, 어느 사전에도 그런 사자성어는 없다. 따라서 “좋고 나쁨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을 하려면 ‘옥석을 잘 구분해야 한다’거나 ‘옥석을 가려야 한다’ 등으로 풀어 써야지, ‘옥석구분을 잘해야 한다’ 따위처럼 사자성어로 써서는 안 된다.
‘타산지석’도 잘못 쓰는 일이 많은 사자성어다. <시경> ‘소아편’에 나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른 산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돌이라도 자기의 옥(玉)을 가는 데에 쓸모가 있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따라서 ‘부장님을 타산지석 삼아 저희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면, 이는 부장님을 본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장님을 우습게 본다는 소리가 되고 만다. ‘본보기’나 ‘귀감(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으로 써야 할 말을 타산지석으로 잘못 쓴 것이다.
‘인구에 회자되다’ 따위로 많이 쓰이는 ‘회자(膾炙)’ 역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은 한자말이다. ‘회자’의 회(膾)는 “고기나 생선의 회”를 뜻하고, 자(炙)는 “구운 생선”을 의미한다. <표준국어대사전>도 회자를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권력형 비리로 아직도 회자되는…’ 따위는 아주 이상현 표현이다.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은 회자가 아니라 ‘구설(口舌)’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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