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훈 대령 영장 기각, 그만 재갈 물리고 외압·진실 밝히라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지난 1일 기각됐다. 군사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는 등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대령이 향후 수사 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한 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법리적 판단이다.
군사법원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군검찰의 박 대령 수사는 제동이 걸렸다. 당장 박 대령을 항명·명예훼손죄로 옭아매려 한 수사와 영장 청구가 무리했다는 비판과 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 수사에 대한 질책성 발언이 있었다는 박 대령 진술이 공개된 다음날 영장을 청구해 인신구속부터 나선 것은 진상 규명은 뒷전인 채 입막음에 급급한 처사였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제 채 상병이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린 이 사건 수사뿐 아니라 대통령 개입 등 외압 실체를 밝히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동안 군당국의 해명과 대처는 은폐·외압 의혹을 계속 키웠다. 최초 수사결과 언론 브리핑과 국회 설명회를 취소하고 함구하더니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번복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자료를 회수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지웠고, 박 대령에게는 집단항명 혐의를 씌웠다. 박 대령 요청으로 소집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이 계속보다 5 대 4로 우세했으나 과반 정족수에 미달돼 ‘의견 없음’으로 종료했다.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로부터 과실치사 혐의자를 대대장 이하로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대통령의 수사 질책 후 장관 결재가 번복된 정황을 들었다는 박 대령 발언이 공개된 것이다.
군당국은 시종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해군 검사가 해병대 수사관에게 “수사기록 사본을 잘 보관해 세상에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도 개인적인 대화라고 일축하며 입단속 지시는 없다고만 한다. 외압 의혹은 부푸는데 규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채 상병 사건 수사와 책임자 처벌은 지지부진한 채 원칙대로 수사·보고한 박 대령에게 재갈을 물리고 죄를 덮어씌우려는 군당국 수사는 신뢰를 잃었다.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수사로 국민적 의혹과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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