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말고 MBTI요”…풍자로 ’폼’ 되찾은 ‘SNL 코리아’

유수연 2023. 9. 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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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의 매력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19금' 콩트에도 있지만,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킨 '여의도 텔레토비'와 같은 정치 풍자에 있다.

반면, 최근 'SNL 코리아'는 시즌4를 맞이한 후 본질인 '정치 풍자'를 잃지 않기 위한 거듭된 노력을 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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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SNL의 매력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19금’ 콩트에도 있지만,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킨 ‘여의도 텔레토비’와 같은 정치 풍자에 있다. 과거부터 정치인에게도 성역 없는 질문을 던지고, 권력 집단을 웃음거리로 만들며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 은밀하게 긁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SNL은 2030 세대들의 공감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기 위해 풍자의 대상을 바꿨다. ‘MZ 오피스’를 통해 주현영, 김아영, 이수지 등 MZ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내세워 회사 문화 등 젊은 세대가 겪을 만한 소재를 가져왔고, 효과는 상당했다.

8월 4주차 TV-OTT 비드라마 쇼 화제성 부문에서 8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에 이름을 올렸고, 쿠팡플레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 중인 ‘MZ 오피스’ 하이라이트 영상은 기본 200만회를 가볍게 돌파하고 있다.

화제성만큼 구설수도 많았다. 사회 초년생을 향한 MZ세대를 계속해서 웃음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시청자들은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주제였던 학교폭력을 희화화했다는 비판과 최근에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과한 선정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웃음’과 ‘공감대’를 찾기 위한 ’SNL 코리아’의 다소 과한 열정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반면, 최근 ‘SNL 코리아’는 시즌4를 맞이한 후 본질인 ‘정치 풍자’를 잃지 않기 위한 거듭된 노력을 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인 김아영이 메인 MC로 나선 ‘맑눈광이 간다’는 지난 시즌 ‘주기자가 간다’의 후속 코너로, 이경영을 패러디한 ‘권경영’ 역의 권혁수와 함께 유명인 혹은 정치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간 이어져 온 코너였지만, ‘MBTI’를 묻는 말에 ‘MB(이명박)’을 언급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모습, 하태경 국민의힘 위원에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책임을 묻는 김아영의 모습은 화끈해진 SNL만의 정치 풍자 ‘맛’을 다시 살려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보여준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물 먹방'을 풍자하는가 하면, 2화부터는 콜드오프닝 코너인 ’SNL 쇼핑 라이브’를 새롭게 선보이며 윤석열로 분장한 김민교, 이재명으로 분장한 권혁수, 쇼호스트 김아영이 정치 풍자를 선보인다.

풍자의 재미는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강자를 향해 약자가 거침없는 비판을 가할 수 있을 때 다가온다. 모두가 까 내릴 수 있는 약자를 패러디하는 것은 풍자가 아닌 ‘희화화’에 그치고 만다.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은 지금, 유일하게 시즌의 명맥을 잇고 있는 ‘SNL 코리아’야 말로 ‘풍자’의 진정한 의미를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브레이크 없는 ‘고품격’ 풍자”를 보여줄 ‘SNL 코리아’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yusuou@osen.co.kr

[사진] SNL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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