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면 4일턴도 준비"…'국민타자'의 이유 있는 극찬, 두산 '복덩이 외인'의 투혼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팀이 필요하다면 4일턴도 괜찮다"
두산 베어스 브랜든 와델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00구, 5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7승째를 손에 넣었다.
마운드에 서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우여곡절 속의 등판. 브랜든은 당초 지난달 28일(화)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등판을 하루 미루게 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브랜든은 이튿날 또한 비로 경기가 열리지 않게 되자 선발 등판이 불발됐다.
이승엽 감독은 이미 두 차례나 브랜든의 선발 등판을 미룬 탓에 LG와 3연전 마지막 경기에는 브랜든이 아닌 '토종 에이스' 곽빈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브랜든은 1일 사직 롯데전에 출격시킬 뜻을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비였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브랜든은 다시 한번 비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이튿날 또한 마찬가지로 비가 앞길을 막아섰다.
특히 지난 2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두산은 3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더블헤더를 포함한 지옥의 9연전을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주중 LG전에서는 두 차례 경기가 연기된 이후 브랜든의 등판을 롯데전으로 미룬것과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브랜든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승엽 감독은 "열흘 이상 쉬었기 때문에 공에 힘이 있을지, 초반에 감각적인 면에서 제구가 흔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믿고 있다"고 강조했고, 그 결과는 두산의 3연패 탈출로 이어졌다.
이날 브랜든은 6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고 149km의 직구(35구)와 커터(28구)-슬라이더(20구)-체인지업(17구)을 곁들이며, 실점 위기를 수차례 탈출하는 등 롯데 타선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브랜든은 1회 경기 시작부터 안타를 맞으며 출발했으나, 병살타를 곁들이는 등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말에는 니코 구드럼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타자들을 모두 봉쇄하는데 성공했고, 3회 몸에 맞는 볼로 시작된 1사 2루 또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가장 큰 위기는 4회였다. 브랜든은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2루타를 내주는 등 1사 3루의 위기에 몰렸는데, 여기서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했다. 롯데 구드럼이 친 안타성 타구에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던 유격수 김재호가 '슈퍼 점프 캐치'를 선보이며 실점을 막아낸 것. 브랜든은 수비의 도움 속에 후속타자 한동희까지 묶으며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5~6회 또한 무실점으로 매듭지으면서 승리 요건을 갖췄고, 불펜이 '완벽'한 투구를 펼친 끝에 7승째를 수확했다.
9연전을 시작하는 경기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팀이 3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브랜든의 역투에 이승엽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령탑은 "브랜든이 자신의 등판 경기가 4차례나 우천 취소됐음에도 컨디션 관리를 완벽하게 해냈다. 퀄리티스타트와 무실점이라는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는 최고의 투구였다"고 극찬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 8월 23일 고척 키움히어로즈전. 11일 만의 등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브랜든은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다. 마지막 등판이 11일 전인 것 같은데, 루틴이 무너지는 부분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브랜든은 3연패 탈출이 자신의 호투를 넘어 팀 모두가 잘했기에 승리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상대 반즈도 굉장히 훌륭한 투구를 해줬지만, 우리 팀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강했던 경기였다. 몇몇 장면에서는 공격적으로 매우 좋은 타격이 있었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브랜든은 어쩌면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슈퍼 점프 캐치'로 어깨를 가볍게 해준 김재호에게도 고마운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브랜든은 "매끄럽게 잡아내지 못한 타구는 강하게 맞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데, 김재호 선수가 믿기 힘들 정도로 굉장한 수비를 보여줬다. 정말로 훌륭했다. 나는 그저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산은 9연전의 시작인 첫 단추를 일단 잘 뀄다. 이제는 남은 8연전을 어떠한 성적으로 극복하느냐다. 아직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브랜든은 4일 휴식 로테이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는 것은 항상 좋다"며 "오픈이 돼 있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4일턴도 준비해서 나갈 의향이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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