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대표… 데이터 분석해 공약 내걸어 [심층기획-AI 앞에 선 민주주의]

박지원 2023. 9. 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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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삶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다.

세계일보는 AI 사용을 규제하고 윤리 기준 마련과 함께 시민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AI와 민주주의의 조화를 도모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7차례 나눠 연재한다.

예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그는 지난해 덴마크 총선을 앞두고 마인드퓨처라는 기술 벤처기업에 재직하면서 AI 챗봇 '컴퓨터 라스'를 당대표로 하는 정당을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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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신서틱 파티’ 창립한 스태우내스
인공지능(AI)이 삶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다. 우리의 행선지, 쇼핑 목록, 검색기록 등 일상을 감시하며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시민들의 편향성을 파고들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정치 영역에서 AI발 딥페이크나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세계일보는 AI 사용을 규제하고 윤리 기준 마련과 함께 시민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AI와 민주주의의 조화를 도모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7차례 나눠 연재한다.
 
AI 챗봇을 당대표로 삼아 지난해 덴마크 총선에 도전했던 ‘신서틱 파티’의 창립자 아스커 브릴드 스태우내스가 지난 6월12일 오르후스 대학교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민주주의 정치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르후스=박지원 기자
“인공지능(AI)과 민주주의를 통합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또 AI와 정치를 결합해 어떻게 정책과 각종 사회 논의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 총선에 도전했던 소규모 정당 ‘신서틱 파티(Synthetic Party·인조정당)’의 창립자인 아스커 브릴드 스태우내스(Asker Bryld Staunæs)는 지난 6월12일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대학교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Micro·초소형)’ 사이즈의 정당이지만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모델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그걸 정치적인 비전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우리 정당의 목표였다”며 창당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은 신서틱 파티 창립자가 한국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를 핵심으로 하는 정당을 창립한 이유에 대해 스태우내스는 “AI가 정치분야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성(governmentality)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반영하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AI가 어떻게 정치적인 비전을 형성할 수 있는지, 머신러닝 모델로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그걸 정치적 비전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 게 우리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예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그는 지난해 덴마크 총선을 앞두고 마인드퓨처라는 기술 벤처기업에 재직하면서 AI 챗봇 ‘컴퓨터 라스(Computer Lars)’를 당대표로 하는 정당을 창립했다.

기존에 AI가 정당에서 활용되는 방식이 단순히 AI 정치인이나 소통용 챗봇을 만드는 데 치중한 것과 달리 신서틱 파티는 아예 AI가 당대표가 돼 이끄는 정당을 표방한다. 정책 등 모든 측면을 실제로 AI가 주도하도록 한 점에서 기존의 AI정치와 차별점을 가진다. 당대표인 챗봇 컴퓨터 라스는 덴마크 내 여러 소수정당들의 공약과 의견들을 수집하고 혼합해 당의 정책과 공약을 생성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덴마크 평균 월급여의 두 배에 해당하는 10만 크로네(약 1900만원)를 매달 모든 덴마크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챗봇이 당대표를 맡았다는 점과 챗봇 당대표가 내놓은 이 같은 파격적인 아이디어들로 신서틱 파티는 세계 각지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덴마크 내에서는 아직까지 AI를 정치에 결합하는 것을 진지한 시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스태우내스는 정당을 계속 유지하며 AI를 활용한 정치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전 세계의 AI 정당, 가상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도 형성해가는 중이다.

스태우내스는 신서틱 파티의 총선 도전의 의미에 대해 “AI가 만든 정책·공약 등을 통해 AI가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넓혀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그는 “AI는 의회민주주의라는 사회적 계약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정치적 현실감’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관습을 타파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수 있다”며 “기술 발전은 이미 통제할 수 없다. 이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배우고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예측불가능하고 어떻게 진화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전에 없던 방식으로 시스템화하고 반영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자원이 부족하거나 권력을 얻을 가능성이 작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치적 기회를 주는 셈이므로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르후스=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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