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계·군부 연정 물러나라” 태국 건축가, 소 배설물 뒤집어썼다
태국의 유명 건축가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과 군부 진영의 연립정부 구성을 비판하기 위해 소똥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3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두앙그릿 분낙(57)은 전날 오후 태국 수도 방콕 락시 지역 미러아트갤러리 앞에서 방호복과 전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흰색 방수포 위에 무릎을 꿇은 뒤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향해 소 배설물을 던지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낙이 입은 흰 방호복은 갈색으로 물들었고, 한 참가자가 물로 배설물을 씻어 내면서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분낙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정당인 프아타이당이 친군부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을 비롯한 군부 진영 정당들과 연대해 정부를 구성하자, 이에 반발하기 위해 이 같은 시위를 기획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20여년간 탁신 세력과 군부 진영이 대립하며 양분했는데, 지난 5월 대선에서 진보정당 전진당(MFP)이 제1당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나자 프아타이당이 군부 진영 정당들과 협력해 재집권에 나섰던 바 있다.
분낙은 지난달 29일 엑스를 통해 지지자들과 퍼포먼스 시간과 장소, 방법 등을 공유했다. 당시 분낙은 “우리 팀이 소똥을 준비해 놓을 예정이지만, 직접 준비해와도 된다”며 “11분간 배설물을 던질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공지는 과거 분낙이 “프아타이당이 PPRP와 손을 잡는다면 여러분 모두가 내게 똥을 던져도 된다”고 지지자들과 약속했던 데 따른 것이다.
퍼포먼스 직후 분낙은 혹시 모를 건강상 문제를 대비해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토사폰 세락 박사는 AFP 통신에 “건강상의 위험이 있어 건축가에게 소똥 퍼포먼스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분낙은 현재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화로운 일요일. 자유가 승리한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지지자들은 “존경한다. 수고했다” “당신을 응원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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