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속가능성 앞세운 LG·삼성…‘물량전’ 중국 가전과 대비
‘에너지 효율과 지속가능한 기술’을 찾아라.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가전박람회(IFA 2023)의 주제는 유럽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인해 전기·가스료 등 에너지 요금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을 체감한 유럽에선 ‘지속가능한 기술’이야말로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과제다.
3일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는 ‘메세 베를린’에서 이러한 과제 해결에 다가간 지속가능한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엘지전자 전시장은 자연에서 마주하는 숲길을 형상화한 ‘지속가능한 마을’을 꾸몄다. 태양광 패널 지붕과 냉난방 시스템, 에너지 저장장치와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을 채운 소형 모듈러 주택 ‘엘지 스마트 코티지’를 전면에 배치했다. 자체 태양광 설비로 에너지를 공급해 냉난방 시스템을 돌리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집안 가전의 전력 소비량을 통제하는 ‘스마트홈 솔루션’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류재철 엘지전자 에이치앤에이(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2일 베를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고효율 에너지·가전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홈 솔루션 사업’을 확대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지속가능성 존’을 설치했다. 제품 생애 주기별로 친환경 패키지, 스마트폰에 쓰인 재활용 소재, 세탁기에 적용되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터 등을 선보였다. 또 가전 인공지능 모드 등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제시했다.
엘지와 삼성이 유럽의 지속가능성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다면, 중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물량을 쏟아냈다. 유럽은 북미와 더불어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많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중국 기업은 박람회장의 주요 광고판과 전시 ‘핫 스폿’을 접수하고, 초대형 텔레비전을 신제품으로 선보이며 기술력을 내보였다.
중국 가전 업체 티시엘(TCL)과 하이얼은 관람객들의 첫눈을 끄는 ‘메세 베를린’의 북문(입구)과 남문(출구)에 붙은 대형 광고판을 차지했다. 또 하이센스는 박람회 메인스폰서로서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출입증에 로고를 박았다. 중국 기업은 올해 박람회 참가 기업 2100여곳 가운데 1279곳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 업체 수(220여곳)보다 6배 늘었다.
박람회장 가장 목 좋은 위치에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전시장도 차렸다. 전시장의 위치와 규모는 업계 위상을 나타내는 척도다. 티시엘은 입구를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21구역에 2106㎡ 규모의 전시장을 꾸렸고, 하이센스도 입구에 가까운 23구역에 약 2600㎡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인 밀레의 전시장(약 3천㎡)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았다.
국내 전자 업계 관계자는 “외곽 부스의 경우 1개(9㎡)당 약 40만원 참가비가 들어가는데 입구 쪽으로 갈수록 10배 이상 비싸다. 입구 쪽 대형 부스를 차리기 위해 수십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각각 6천㎡, 3600㎡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꾸려 자존심을 지켰다.
화웨이에서 떨어져 나온 중국 스마트폰업체 아너(HONOR)의 삼성전자를 겨냥한 공격도 주목받았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에서 매직브이(V)2 신제품을 공개하며 “두께가 9.9㎜로 삼성 갤럭시(폴드5) 두께 13.4㎜보다 얇고, 무게도 231g으로 갤럭시 253g보다 가볍다.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폴더블폰”이라고 했다.
유럽 가전업체 베스텔의 셀라하틴 쾩살 디지털 기술 최고책임자는 한겨레와 만나 “중국 업체 전시장을 돌면서 스마트폰부터 텔레비전, 생활가전까지 기술력이 정말 빨리 올라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중국 제품이) 쓸 만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유럽 시장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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