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DJ 가택연금’ 경찰서장 불기소 뒤집고 재판 회부 주도했었다

방극렬 기자 2023. 9. 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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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5공 시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한 마포경찰서장을 불법 감금죄로 재판에 회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의 결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마포서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1998년 10월 이 후보자가 소속된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송기홍)는 강철선 변호사 등이 전직 마포경찰서장 김모씨에 대해 낸 재정(裁定)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정 신청은 검찰이 불기소 결정한 사건을 법원이 다시 검토해 사안에 따라 재판에 회부하는 제도다. 김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 관련해서 1988년 3월 재정 신청이 접수된 지 10년 7개월 만의 결정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 사건의 주심이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1987년 4월~6월 동교동 자택을 수백 명의 전투경찰관 및 사복경찰관이 봉쇄해 연금 상태에 놓였다. 경찰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통제했으며, 김 전 대통령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사실상 감금했다. 당시는 5공화국 막바지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다.

강 변호사 등은 이듬해 당시 마포경찰서장이던 김씨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 감금을 주도했다며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김 전 대통령의 외출을 강제로 막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강 변호사 등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이후 10여년 동안 처리되지 않던 사건을 이 후보자가 주도해 받아들인 것이다.

이 후보자가 속한 재판부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대중 전 의장 집 주위에 수백 명의 경찰관을 배치해 가택을 봉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것은 감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범죄 예방과 사회 혼란 방지를 내세워 감금 행위를 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직권 남용에 의한 불법 감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결정으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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