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사윗감 보러 왔어요’…엄빠가 대신 나오는 日 맞선 모임

일본에서 미혼자녀를 대신해 부모들끼리 만나 예비 사위와 예비 며느리를 찾는 결혼 중매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 CNN]

결혼 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일본에서 미혼 자녀의 부모들이 모여 자녀들의 맞선을 주선하는 행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일본 오사카의 상공회의소에서는 60여명의 남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맞선 행사가 열렸다. 각종 게임을 하면서 서로 안면을 익히고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호감을 쌓아가는 이 행사는 다른 일반적인 맞선 행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미혼인 자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직업, 나이, 취미 등 대화의 주제도 모두 자녀에 대한 것들이다.

이들 부모는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마련한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각각 1만4000엔(한화 약 12만6500원)의 참가비를 냈다. 자녀의 결혼 문제를 더이상 자녀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부모들이 이런 식으로 자녀의 결혼을 돕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라며 “과거에는 자녀의 중매에 직접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직접 작성한 질문지를 들고 왔다. 이 질문지에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도시로 이주할 의향이 있느냐’ 등 자녀들이 미래의 배우자들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자녀들의 프로필 사진을 가져오는 것도 필수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30대와 40대다. 참가자의 자녀 중 가장 어린 사람은 28세,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51세였다.

80대의 한 부부는 “49세인 아들이 직장일 때문에 연애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손주를 원하고 있어 행사에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70대인 또 다른 부부는 “42세인 딸은 누구나 자유롭게 어울리고 싶어 데이트 상대를 찾지 않고 있다”라며 “딸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원하고, 딸도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것을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젊은층들이 점점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신규 혼인건수는 50만1116건으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래 가장 적었다. 1970년대의 숫자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결혼을 미루는 풍조도 심해지면서 결혼 중간 연령은 남성의 경우 1990년 29세에서 현재 34세로, 같은 기간 여성은 27세에서 31세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