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 탄력받나

유승혁 2023. 9. 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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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공개로 논의 급물살
보험료율 9→12→18% 단계적 인상
지급 연령도 66→68세로 점차 늘려
정부, 공청회 거쳐 새달 국회 제출
가입자 1년 만에 7만 2000명 감소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 및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의 밑그림이 될 전문가 위원회의 연금개혁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개혁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시나리오의 핵심은 1998년 이후 동결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고, 현재 63세인 연금 받는 나이를 68세로 점차 늘리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빠진 ‘더 내고 더 늦게 그대로 받는 안’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를 열어 재정계산 기간인 2093년까지 기금 고갈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18개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정부는 공청회 논의 내용을 토대로 오는 10월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현재 9%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리고 2025년부터 연 0.6% 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5년간 인상해 12%까지 올리는 안, 10년간 인상해 15%까지 올리는 안, 15년간 인상해 18%까지 올리는 안이 거론됐다.

여기에 추가로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늘리는 세 가지 시나리오, 기금투자수익률을 현행 목표(4.5%)보다 0.5% 포인트, 1% 포인트 늘리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를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가 나온다.

시나리오는 18개지만 큰 줄기는 3개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올리고 지급 개시 연령은 68세로, 기금투자수익률은 0.5~1% 포인트 올린다.

소득대체율 조정안 빠져…10월 정부안에 포함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준연금액 인상은 소득 하위 계층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이다. 정부는 10월에 발표할 연금개혁안에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구조개혁 논의를 배제하고는 연금개혁안을 만들기 어렵다”면서 “10월에 발표할 연금개혁안에 어디까지 담을지 협의하겠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은 따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득대체율 조정안이 빠진 것에 대해 김용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을 뿐 관련 논의와 검토가 있었다”며 “정부가 10월 개혁안을 만들 때 고려할 것이다. 보고서에 싣지 않았다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 온 재정계산위원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재정계산위원회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본질을 구현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재정 안정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제안
국민연금 가입자 1년새 7만명 감소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도 제안했다. 2014년 국민연금법에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신설됐는데, 이보다 더 명확하게 지급보장을 명문화해 국민의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감소 추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3년 5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를 보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2225만 4964명이다. 1년 전 가입자(2232만 7648명)보다 7만 2000여명 줄어든 수치다. 올해 말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2023∼2027)’ 보고서에서 매년 감소세가 이어져 2027년엔 2163만 6401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혁·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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