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수에 그 팬…데이식스 영케이, 한평생 잊지못할 ‘떼창 폭발’ 솔로 콘서트[리뷰]
[뉴스엔 황혜진 기자]
밴드 데이식스(DAY6) 멤버 영케이(Young K)가 첫 솔로 콘서트에서 한평생 잊지 못할 뜨거운 여름의 추억 한 장을 아로새겼다.
영케이는 9월 3일 오후 5시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서 단독 콘서트 'Letters with notes'(레터스 위드 노트)를 개최했다. 지난 1일 공연을 필두로 사흘간 3회 차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영케이가 솔로 가수로서 단독 콘서트를 연 건 2015년 9월 데이식스 보컬 겸 베이스로 데뷔한 이래 처음이다. 데이식스 멤버들(성진, 원필, 도운)과는 2015년 11월 서울 마포구 무브홀에서 진행한 첫 단독 콘서트를 필두로 2016년 예스24 라이브홀, 2017년 연세대 백양콘서트홀, 2018년 올림픽홀, 2019년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잠실실내체육관 등지로 공연 규모를 차근차근 키우며 계단식 성장을 이어왔다. 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각지에서 두 차례 월드 투어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밴드 라이브 콘서트만 100회 이상 개최하며 공연형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무려 4년 만에 진행된 대면 콘서트인 만큼 영케이와 팬 마이데이(MY DAY)들에게는 더없이 뜻깊은 시간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영케이는 2019년 12월 올림픽홀에서 개최한 데이식스 단체 콘서트 'The Present'(더 프레젠트) 이후 지속된 코로나 시국과 군 복무로 인해 부득이하게 대면 형태로 단독 공연을 열지 못했다. 2021년 10월 입대를 앞두고 영케이가 새로운 목표로 꼽았던 "좋은 음악,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 무대 위에서 마이데이 분들과 함께 뛰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금처럼 마이데이 분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음악에 대해 계속 고민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Letters with notes'를 통해 비로소 현실이 됐다.
이번 콘서트는 '음표로 쓴 편지', '음을 붙인 편지'를 뜻하는 새 앨범명 'Letters with notes'에 걸맞은 콘셉트로 꾸며졌다. 지난 8년간 직접 써 내려간 노랫말과 멜로디를 통해 숱한 음악 팬들의 마음을 울리며 믿고 듣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영케이는 가을의 문턱에서 새로운 목소리와 이야기로 가득 채운 감미로운 한 통의 긴 편지 같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세트리스트는 2021년 9월 발표된 영케이의 솔로 데뷔 앨범이자 미니 1집 'Eternal'(이터널)과 발매를 앞둔 정규 1집 'Letters with notes' 수록곡으로 촘촘히 채워졌다. 괜찮을 것 같았지만 떨렸던 전역 후 팬들과의 재회에 관한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로 이날 공연의 포문을 힘차게 연 영케이는 한 음정도 빠짐없이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최고의 노래에 빗댄 솔로 미니 1집 수록곡 '베스트 송', 매일 같이 달력을 보면서 목 빠지게 기다린 순간에 대한 기쁨을 노래한 데이식스 미니 5집 'The Book of Us : Gravity'(더 북 오브 어스 : 그래비티)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목 놓아 부르며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오프닝 무대만으로 폭발적 떼창을 이끈 영케이는 "제 첫 솔로 콘서트, 3번째 날에 오신 여러분 환영한다. 이제 뒤돌아 볼 그것이 없는 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완전 첫날도 아니고 두 번째 날도 아니고 그럼 지금쯤은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니다. 떨린다"고 운을 뗐다.
영케이는 "그게 첫 곡에서도 묻어 나오지 않았나. 첫 곡이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이라는 곡인데 오늘 세트리스트의 오프닝이기도 하지만 당장 내일 발매될 정규 앨범에 있어서도 첫 번째 트랙이다. 그래서 그 앨범을 작업할 때 눈을 감고 상상해 봤다. 특히 가사를 쓸 때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을 떠올렸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떨리네'더라. 그래서 '떨리네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널 눈앞에 두니까 달라.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다시'라고 썼다. 제가 긴장되면 숨을 한 번 크게 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여러분께 여쭤 보고 싶다. 잘 지냈어요? 밥은 잘 먹고 다녔어요? 아픈 덴 없죠? 그거면 사실 전 충분하다. 여러분이 밥 잘 먹고 다니고 잠 잘 자고 아픈 데 없고 이렇게 있어 주셔 가지고 또 오늘 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 전 매우 매우 행복하다.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은 신보 전곡 11트랙을 한 곡도 빠짐없이 미리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각별했다. 영케이는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는 물론 수록곡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 'let it be summer'(렛 잇 비 서머), '꿈꾼 (Dreamer)', 'Bungee Jumping'(번지 점핑), 'natural'(내추럴), 'STRANGE'(스트레인지), 'SOUL (Feat. 최엘비)'(소울), 'playground'(플레이그라운드), 'babo'(바보), 'what is..'(왓 이즈..))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이어 솔로 가수 영케이의 시발점이었던 미니 1집 타이틀곡 '끝까지 안아 줄게'와 수록곡 '사랑은 얼어 죽을, Microphone(마이크로폰), 'want to love you'(원트 투 러브 유), '잘 자라 내 사람아' 무대도 펼쳐졌다. 청자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영케이 특유의 견고하고도 청명한 목소리, 100회를 훌쩍 넘긴 단독 공연 경험을 토대로 한 노련한 무대 운용이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컴백을 앞둔 소회도 털어놨다. 영케이는 4일 오후 6시 첫 정규 앨범 'Letters with notes'를 발매한다. 이에 대해 그는 "저도 긴장이 되는 상태다. 어떻게 들어 주실까. 그래도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여러분이 기다려 주시지 않을까. 여러분이 기다려 주시고 기대해 주시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그래서 늘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했다.
영케이는 "이 노래들이 발매됐을 때 함께 듣는 것도 좋지만 굉장히 마이데이 분들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게 있다. 노래 실력. 이분들이 노래를. 사실 저희 데이식스도 노래를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이분들이 쪽수로 이기신다. 그리고 음정, 박자에 감정까지 실어 부르시니까. 다 가수 분들이다. 그래서 전 든든하다. 앞으로도 계속 목소리를 들려 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곡도 함께 불러 달라"고 밝혔다.
한정판 무대는 콘서트에 특별함을 가미했다. 2020년 1월 시작한 커버곡 프로젝트 'YOUNG ONE'(영원)을 통해 선보였던 40여 곡 중 'Memories'(메모리즈)와 'Fly Me to the Moon'(플라이 미 투 더 문),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를 라이브로 열창한 것. 영케이는 "데뷔 후 발매할 신곡 등을 준비하는 데 급급하느라 (노래) 연습할 시간이 생각보다 없더라. 'YOUNG ONE'은 그래서 만들었던 프로젝트다. 늘 그 'YOUNG ONE'을 함께 채워 주셨던 분"이라며 기타리스트 김기윤을 소개했다.
영케이는 2021년 10월 카투사 입대 후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3일 'YOUNG ONE' 시즌3 일환으로 커버 영상을 한 개씩 공개한 것에 대해 언급하며 "저도 매달 3일을 기다렸다. 전에 남겨둔 영상들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이 어떻게 도착할지 기대했다. 마침 오늘이 3일이다. 진짜 이런 것들이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라고 말했다.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경탄을 자아낸 코너도 이어졌다. 데이식스 타이틀곡은 물론 각종 수록곡까지 훤히 꿰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기윤의 반주를 기반으로 관객들에게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짤막한 라이브를 선보인 것. 'Sing Me'(싱 미), 'Better Better'(베터 베터), '포장', 'Man in a movie'(맨 인 어 무비), 'Free하게'(프리하게)에 맞춰 관객들의 아름다운 화음이 곁들여진 떼창이 이어졌고, 영케이는 "여러분 어떻게 다 그렇게 기억하시냐. 제가 말하지 않았나. 진짜 잘한다"고 감탄했다. 이어 "여러분은 어떻게 멜로디랑 가사를 다 기억하시는지. 저보다 낫다. 멋지시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만약 저에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 충족시켜 드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인정하게 되는 것 같고요. 그래도 바보 같이 계속 시도는 하고 싶어질 것 같네요. 어쨌든 시간이 흘러 지금을 돌아보면 지금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잖아요. if what we had isn't, what is.. 오늘도 덕분에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고 늘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음에 또 봬요! 지금까지 영케이였습니다"고 덧붙였다.
앙코르 무대 엔딩곡은 'let it be summer'였다. 8월 25일 싱글 형태로 선공개된 이 곡은 한평생 여름처럼 뜨겁게 살고 싶은 마음에 관한 노래다. 나이, 계절 등에 국한되지 않고 새롭고 무수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꿈꾼다는 점에서 데이식스 미니 5집 'The Book of Us : Gravity'(더 북 오브 어스 : 그래비티)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수록곡 'Best Part'(베스트 파트)와도 결을 같이 한다. 이 무대에서 영케이는 객석 곳곳을 돌며 관객들과 근거리에서 눈을 맞췄다. 객석에 자리한 데이식스 멤버 도운을 안아올리며 뜻깊은 장면을 연출했다.
영케이는 "'let it be summer'라는 곡은 계절과 인생에 비유해 봤던 곡이다. 물론 봄과 가을, 겨울도 좋아하지만 가장 뜨거운 계절을 고르라면 여름일 것 같다. 전 여러분 덕분에 이번 여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계속 간직할게 Young K와 함께하는 여름을'이라고 새겨진 슬로건을 들고 한여름 끝자락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준 영케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케이는 "솔로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그렇고 앨범 준비 때도 그랬다. 솔로 콘서트라는 게 여러분과 계속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 않나. 제가 혼자 이 콘서트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괜찮았는지, 재밌었는지 여쭤 보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우렁찬 환호에 영케이는 "다행이다"고 답했다.
공연 말미에는 대형 전광판에 목소리까지 더한 자필 편지를 띄워 공연장을 가득 메워 준 팬 마이데이(MY DAY)들에게 못다 한 진심을 전했다. 영케이는 "재밌게 즐기셨나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했던 약속. 저도 최대한 웃으면서, 그러나 그리워하면서 기다렸어요. 오늘만을. 여러분이 잘 지내고, 기다려 준 덕분에 이날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할 수 있게 됐죠. 늘 말씀드리지만 아직도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보답할 수 있을까. 답은 사실 변치 않죠. 좋은 음악, 좋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 이것밖에는 없다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영케이는 "분명 언젠가 나이를 먹고 머리는 새하얗게 뒤덮인 날이 오겠지만 그때에도 오늘의 여름 같은 뜨거움을 간직하고 싶네요. 그렇게 계속해서 꿈을 꾸고 싶어요. 매번 새로운 시도를 맞닥뜨리게 될 거고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겁이 절 삼키려고 하겠죠. 그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나아가 볼게요. 여러분이 있다는 생각은 용기를 가지게 하는 것 같아요.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제가 설 무대가 있다면 똑같을 거니까요. 그리고 그 무대에 오셨을 때에는 다 같이 마음 가는 대로 가는 거예요. 일상으로 돌아가 영혼 없이 올라간 입꼬리를 장착할 수도 있지만 또 시간이 흘러 그때를 돌아보면 다 추억이 될 수도 있잖아요. 지금 보면 좋아 보이는 것처럼요"라고 덧붙였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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