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막힌다"…한도 줄이고, 다주택자·집단대출 중단

국종환 기자 신병남 기자 2023. 9. 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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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 DSR 산정만기 축소, 다주택자·집단대출 이용 제한
규제 전 '막차수요' 몰리면서 지난달 5대銀 주담대 2.1조 급증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신병남 기자 = 은행권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축소하고, 다주택자와 집단대출에 대한 신규 취급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하며 관리를 압박하자,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대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막차수요'가 몰려들면서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조원 넘게 급증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30일 은행권 여신 담당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년 주담대의 실제 약정만기는 50년 그대로 유지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계산 시 사용되는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의견 수렴과 시스템(체계) 점검 등을 거쳐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당국은 또한 이와 함께 50년 만기 주담대가 다주택자나 집단대출 등 가계부채 확대 위험이 높은 부문에서 무분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은행권 자체적으로 관리해달라고 은행권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이를 포함한 '50년 만기 주담대 개선 가이드라인(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초장기 주담대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기존 30~40년 주담대보다 대출만기가 길어 매달 은행에 내는 원리금 부담은 줄고, DSR 규제로 줄어든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차주들의 인기를 끌었다.

당초 정부는 가계대출이 최근 들어 급등하자 50년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 및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고, '연령제한'을 도입해 수요를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젊은 층만 혜택을 주려 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일괄적인 연령제한은 두지 않고 은행권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신 DSR 산정만기를 조절하는 방식 등으로 선회했다.

이 경우 대출 원리금은 종전대로 50년간 나눠 갚을 수 있어 상환 부담은 낮추면서, 대출한도는 40년 만기 주담대 수준으로 제한해 'DSR 40% 우회' 꼼수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차주가 DSR 40% 규제하에서 연 4.4% 금리(원리금균등분활상환 조건)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50년 만기가 적용되면 최대 4억84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DSR 산정만기가 40년으로 줄어들면 원리금 부담이 높게 책정되면서 대출한도가 4억5100만원으로 3000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무주택자나 이주를 계획 중인 1주택자에 한해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은행권에 전달했다.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적 이용을 관리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 30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를 무주택자에게만 취급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이용제한은 은행권 자율에 맡긴 사항이지만, 다른 은행들도 곧 비슷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부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50년 만기 주담대 이용이 제한될 전망이다. 중도금대출이나 잔금대출 등 아파트 집단대출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DSR 규제 강화 전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규제가 적용되는데, 분양 당시에 없던 50년 주담대까지 허용될 경우 대출한도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당국은 50년 주담대가 집단대출에서 무분별하게 취급되지 않게 해달라고 은행권에 당부했다. 이에 사실상 이용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50년 주담대 규제를 미리 예고하고, 당국 압박에 일부 은행이 선제적으로 연령제한 등 대출 문턱을 높일 조짐을 보이자, 막차수요가 몰려들면서 지난달 가계대출은 크게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680조8120억원으로, 전월(679조2209억원)보다 1조5911억원 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50년 주담대 등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이 기간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잔액은 각각 2656억원, 5283억원 줄었는데, 주담대 잔액은 무려 2조1122억원 급증했다. 올해 들어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일부 지역의 주택 매수세가 회복되고, 50년 주담대의 대출한도 축소 등 연이은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잔액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대출규제가 본격화되면 대출수요도 일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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