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하락 `저성장 늪`… "하반기도 경기회복 어렵다" [커지는 `L자형 경기침체` 경고음]
수출보다 수입 줄은 착시현상
반도체 부진·고물가 등 악재에
수치만 상저하고… 체감 어려워
현대경제硏 경제보고서 발표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회복 기대와는 다르게 올 하반기에도 'L자형'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수출입 동반 하락세와 내수침체, 투자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민간 중심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 경기부양보다는 재정 건전성과 물가 안정 확보에 주력하는 정부의 정책방향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빨라봐야 내년 상반기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공개한 '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 보고서에서 "2023년 3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특히 수출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장기 침체 시나리오(L자형, 상저하저)가 현실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불황형 흑자, 소비위축, 투자·수주 위축' 주요 지표 일제히 하락
연구원은 '상저하저'의 주 요인으로 수출입 동반 감소의 '불황형 흑자', 소비심리 위축, 설비투자와 건설수주의 동반 하락세 등을 꼽았다.
먼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6% 성장했으나,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한 데 따른 착시현상으로 '사실상의 역성장'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7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3.2% 감소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하면서 지난 7월 지난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 감소했다.
이는 11년 4개월 만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7월 건설수주가 전년 동월와 비교해 반토막(-55.3%) 나는 등 건설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점도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취업자 숫자는 29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주력 산업(제조·건설업)과 핵심 연령층의 취업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원은 "핵심경제활동 연령층(25~49세) 취업자 수는 7월 전년동월비 4만5000명이 감소했으나, 50세 이상 연령층의 취업자 수는 35만9000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올해 1월 99.3을 저점으로 5월까지 반등하다가 6월부터 다시 하락하면서 경기 저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치상 반등하겠지만, 체감 경기는 다를 것"
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3분기 한국 경제는 대중국·반도체 수출 부진,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약화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위치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약화하고 수출 경기의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의 장기 침체 시나리오(상저하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지는 '지표상 상저하고'는 가능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를 수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사실 '상저하저'에 대한 우려는 올 상반기부터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앞서 5월 1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내린 바 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여전한 점 역시 불안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8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가)은 지난달보다 2.99% 하락한 1.30달러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대외적으로 미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국내적으로 잔존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또 "재정정책도 코로나 위기 이후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에,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균형재정에 가까운 정책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남 김해 도로에 잇딴 윤 대통령 부부 욕설 낙서…동일인 소행인 듯
- 尹대통령 차량 통과 20초 전에 `꽝`…반대편 도로서 택시-경찰차 충돌
- 女 아나운서 "이게 사람 눈이냐"…아이라인 시술 불만 조무사 때려
- "바지 벗고 태워달라 빌어, 너무 굴욕"…혜리·소다, 美 항공사 갑질 분노
- "싱크홀이 사람 잡네"…피하려다 3중 추돌, 1명 부상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
- 거세지는 ‘얼죽신’ 돌풍… 서울 신축 품귀현상 심화
- 흘러내리는 은행 예·적금 금리… `리딩뱅크`도 가세
- 미국서 자리 굳힌 SK바이오팜, `뇌전증약` 아시아 공략 채비 마쳤다
- 한화, 군함 앞세워 세계 최대 `美 방산시장`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