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디펜딩 챔프마저 쓰러졌다 → '폭주하는' 광주, 원정에서 울산 2-0 완파하며 '3위 도약'… 리그 9G 무패 파죽지세
(베스트 일레븐=울산)
폭주 기관차 같다. 광주 FC(이하 광주)가 기어이 디펜딩 챔피언마저 쓰러뜨렸다.
3일 오후 4시 30분, 울산시에 위치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 울산 현대(이하 울산)-광주 FC(이하 광주)전이 벌어졌다. 경기 결과는 2-0, 원정팀 광주의 승리였다. 광주는 전반 18분 이건희, 후반 10분 베카의 연속골로 챔피언의 진영에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로써 광주는 FC 서울을 넘어 다시 K리그1 3위에 진입했다.
28도가량을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문수에서 볼이 굴러갔다. 두 팀은 경기 전 공개된 예상 포메이션 그대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울산은 마틴 아담을 기점으로하는 4-2-3-1 포진으로, 광주는 프론트에 이건희와 베카 두 명을 두는 4-4-2 전형으로 게임을 풀어가려는 의도를 보였다.
경기 초반 20분까지 볼을 쥔 시간은 대개 울산이 많았다. 울산은 그 이점을 바탕으로 몇 차례의 슛을 시도했다. 반면 광주는 슛은 내주되 장벽은 허물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속공을 노렸다. 길게 때려두는 볼이 아닌 특유의 짧게 전진하는 플레이가 빛났다.
정호연의 공간 침투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광주는 기어코 선제골도 가져갔다. 울산의 빌드업 실수가 광주의 기회로 연결됐다. 조현우 울산 골키퍼는 우 측면으로 볼을 패스했는데 여기서 광주가 압박 끝에 볼을 따냈다. 혼전이 계속되던 중 아크 근처의 혼전 상황에서 광주에 볼이 흘렀다. 난전의 결과 이건희에게 공이 넘어갔다. 이건희는 볼을 길게 친 뒤 뛰어나온 조현우를 제치는 드리블을 보이고 왼발 슛을 시도했다. 울산의 센터백 김영권이 슬라이딩으로 막아보려 했으나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은 뒤였다.
광주는 아주 기쁜 셀레브레이션으로 선제골을 만끽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두 팔을 대각선 방향으로 번쩍 들며 성취감을 표출했다. 문수 축구경기장에 원정을 온 광주팬들은 홈에서처럼 "한 골 더 광주"를 연호하며 선수들이 계속해서 공격하기를 독려했다. 광주의 선제골 이후엔 채상협 주심이 비디오 판독실과 교신하며 골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했다. 머잖아 광주의 선제골은 문제없이 인정됐다.
울산은 골을 내준 뒤 라인을 더 끌어올렸다. 전반 35분 무렵엔 광주의 좌측 풀백 이민기와 울산의 우측 풀백 설영우가 통증을 호소하며 잠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이민기는 그대로 빠졌다. 이민기를 대신해서는 아론이 들어갔고 이후 포지션 변화가 있었다. 아론이 센터백으로 자리를 잡으며 기존에 그 자리였던 이순민이 우측 풀백으로 이동했다. 기존 우측 풀백이었던 두현석이 이민기의 자리인 좌측 풀백을 채웠다. 이후 이순민과 두현석은 상황에 따라 좌우 위치를 바꿔가며 기능하는 게 여러 차례 포착됐다.
전반 38분엔 광주의 매서운 공격이 한 번 더 울산을 위협했다. 베카가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며 볼을 받아 크로스 기회를 잡았다. 문전 앞에서는 김영권이 이건희에 앞서 볼을 걷어냈다. 김영권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광주는 추가골을 넣을 뻔했다. 전반 43분엔 울산의 이동경이 발리슛으로 곧장 골문을 노렸으나 슛은 문전을 빗나갔다.
전반 추가 시간은 5분이었다. 울산의 날카로운 공격이 한 차례 발생했으나 이순민이 재빠르게 쇄도해 몸으로 상대의 시도를 막아냈다. 이 장면에 광주팬들은 "이순민"의 이름을 연호했다.전반은 이렇게 1-0 광주의 리드로 마감됐다.
따라잡아야 하는 울산은 후반적 시작과 함께 이동경을 빼고 '준족' 엄원상을 투입했다. 엄원상을 활용한 속공으로 광주의 공간을 헤집어 보겠다는 전략인 듯했다. 엄원상이 들어가며 본래 우측이었던 루빅손은 좌측으로 이동했고, 기존의 좌측이었던 바코는 중앙으로 위치했다. 김민혁은 수비 라인 앞으로 위치를 내렸다. 광주 또한 1-0임에도 변화를 가져갔다. 하승운을 빼고 토마스를 넣으며 측면의 에너지를 보강했다.
후반 10분, 광주가 또 한 골을 터뜨렸다. 차분하게 빌드업을 전개한 광주는 울산 문전 근처까지 접근했다. 이희균이 시도한 슛은 울산 수비진을 맞고 튀어나왔고 바로 뒤에 위치한 베카가 온몸을 비틀어 발리슛으로 울산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2-0, 광주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상대로 더 강력한 리드를 잡았다. 베카는 K리그1 데뷔골을 울산전에서 성공시켰다.
0-2로 밀린 울산은 후반 12분 교체 카드 두 장을 동시에 발동했다. 루빅손과 이규성을 빼고 주민규와 이청용을 넣으며 총력전에 들어갔다. 주민규과 마틴 아담이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싸우고 이청용의 조율에 승부를 보는 형태인 듯했다. 수비적으로는 밸런스가 무너질 법한 전술이었지만 따라잡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후반 21분엔 주민규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때린 슛이 낮게 깔리며 광주 골문을 향했다. 공은 김경민 광주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후반 23분 울산은 김민혁을 빼고 보야니치를 넣었다. 조율하던 김민혁을 기동성을 보강하고자 한 선택인 듯했다. 광주도 교체로 체력을 보충했다. 이희균과 베카가 빠지고 오후성과 이상기가 들어갔다. 오후성은 베카의 자리로 들어갔고, 이상기는 우측 풀백이 됐으며 두현석은 중원으로 이동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았다.
후반 27분 홍명보 울산 감독은 설영우 대신 김태환을 투입했다. 분주하게 필드를 누빈 설영우 대신 김태환의 속도와 체력이 희망을 거는 듯한 교체였다. 이즈음 문수 축구경기장의 전광판을 통해 입장 관중이 발표됐다. 18,358명이었다. 이들 중 21%에 해당하는 3,889명이 울산 유니폼을 입장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울산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32분엔 이청용의 크로스가 주민규의 헤더로 이어졌다. 주민규의 헤더는 정확하게 광주의 골문을 향했는데 김경민 광주 골키퍼가 손끝을 대며 쳐냈다. 광주는 이후로도 끈질기게 버텼다. 두 골 차의 리드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필드플레이어가 똘똘 뭉쳐 디펜딩 챔피언의 공세를 견뎌냈다. 후반 39분 무렵엔 이건희 대신 정지훈이 들어가며 광주가 다시금 힘을 보강했다.
경기 막판 원정에 참여한 광주팬들은 "빛고을"을 연호하며 그들의 선수들을 끝없이 응원했다. 후반 44분엔 광주 토마스가 일대일 찬스를 잡았는데 울산 센터백 김영권이 이 악물고 달려가 볼을 쳐냈다. 후반 추가 시간은 5분이었다. 추가 시간이 발표될 무렵 광주의 아론이 역습하는 정승현에게 백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았다.
경기는 광주의 2-0 완승으로 귀결됐다. 이건희와 베카의 골을 잘 지켜낸 광주는 적진 한복판에서 챔피언을 꺾어내며 그들이 K리그1 어떤 클럽이든 잡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렇게 광주는 K리그1 9경기 무패를 달리며 3위로 도약했다. 반면 울산은 두 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2위 포항 스틸러스와 승점 차를 벌리지 못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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