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하고 지역 살리고…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 ‘두 마리 토끼잡기’
“매일 학생 단체손님을 20~30명씩 받고 있어요. 1인분 8000원짜리 부대찌개를 팔고 있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런 고마운 손님이 어디 있겠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되죠.”
지난 1일 경남 의령에서 천호식당을 운영하는 김연순씨가 “이렇게 바쁘면 금방 부자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근에 있는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을 방문하는 학생들을 단체손님으로 받는 모범식당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인근의 고향가든은 도시락을 새 상품으로 개발해서 모범식당에 선정됐는데, 오전 11시50분까지 배달해야 할 30명 분량의 도시락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래교육원의 모범 체험활동사업장으로 선정된 의령곤충생태학습관도 방문객을 맞느라 분주했다. 김미혜 주임은 “9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 오전 한팀, 오후 한팀 해서 매일 두팀씩 적어도 4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방문객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당연히 좋지만, 예약한 단체손님이 매일 꾸준히 방문하기 때문에 예측하고 준비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범 체험활동사업장인 ㈜의령조청한과를 운영하는 김현의 식품명인은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어려웠는데, 미래교육원 덕택에 숨통이 틔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문객이 많이 늘었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고, 위생과 친절에 더욱 신경을 써서 이런 좋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하겠다”고 말했다.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이 미래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학생 양성과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의령군 살리기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미래교육원은 오는 15일 공식 개관식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 문을 열었다.
미래교육원은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오전·오후 각 500명씩 하루 최대 1천명의 학생을 받을 수 있다. 평일에는 각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하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는다. 교육 프로그램은 모두 34개이다. 인공지능, 로봇과 사람, 생활혁신, 공간혁신, 기후환경, 건강 등 6개 주제가 있고, 각 주제는 5~6개 등급별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미래교육원을 방문할 학생은 미리 미래교육원 누리집(gnfe.gne.go.kr)에 접속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한 뒤 간단한 시험을 쳐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등급을 받는다. 미래교육원은 학년과 상관없이 같은 등급 학생들을 모아서 교육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3시간 교육, 점심식사, 의령군 주민이 운영하는 70분짜리 체험활동으로 이뤄진다.
미래교육원이 있는 의령군은 인구소멸위험 지역이다. 인구는 2만5천명 남짓으로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다. 65살 이상 노인이 1만여명으로 전체인구의 40%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를 넘어 ‘초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지 오래다. 경남도교육청이 연간 30여만명의 학생이 방문하는 미래교육원을 의령군에 세운 가장 큰 이유이다. 게다가 의령군은 지리적으로 경남의 가운데에 있어서, 경남 어디에서나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연간 30여만명의 학생이 방문하는 미래교육원에는 구내식당이 없다. 대신 의령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식당과 체험활동사업장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미래교육원을 방문하는 모든 학교는 방문에 앞서 식당과 체험활동사업장을 선택해서 20~40명 단위로 단체예약해야 한다. 모든 식당과 체험활동사업장의 9월 한 달 예약이 지난달 말 완료될 만큼, 미래교육원과 의령군의 협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당장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의령군은 미래교육원이 의령군의 경제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의령군은 미래교육원을 방문하는 학생들을 단체손님으로 받을 모범식당을 의령군 전체 지역에서 공개 모집해 20곳을 선정했다. 또 체험활동사업장 23곳도 선정했다. 의령군은 올해 상반기 내내 주방·화장실 등 시설개선과 위생점검을 하고, 종사자 위생·친절 교육을 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지난 6월에는 ‘미래교육원 연계 상생협력사업 지원 조례’까지 만들었다.
이수광 미래교육원 원장은 “미래교육원 프로그램은 교육원 내부에서 하는 디지털 체험과 밖으로 나가서 의령군 주민들과 하는 인류학적 체험으로 구성된다. 자신도 몰랐던 소질을 발견하도록 호기심을 발동시키면, 이후에는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것이 미래교육원이 추구하는 교육 방식이다. 이를 통해 미래교육원이 경남교육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남 의령군 전략사업팀 담당자는 “미래교육원을 찾은 많은 청소년이 의령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래교육원을 다녀간 학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의령군을 방문하려는 다양한 문의도 쏟아져 들어온다. 웬만한 대기업을 유치한 것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의령군에 젊은 기운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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