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 트럭이 10층까지 올라갔다, 미래형 반월·시화산단 가보니
지난달 31일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안산스마트스퀘어’. 1t 트럭을 개조한 우체국 탑차가 건물 내에 설치된 차량 통행용 램프를 타고 10층까지 올라와 입주 기업 문 앞에 화물을 내려놨다. 제조형 아파트 공장인 이 건물 3~10층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중앙 도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800곳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각 회사 앞에는 전용 주차장도 2칸씩 갖췄다. 층 높이가 6.5m에 달해 복층 사무실로 활용하거나 크기가 큰 제조 설비도 들여 놓을 수 있다. 5t 트럭이 10층 공장 문 앞까지 오르내리며 화물을 나를 수 있다. 전기전자 업체 347사를 포함해 841사가 입주한 이 건물엔 차량 1684대 주차가 가능하다. 주차 시설이 없어 도로·인도 할 것 없이 이중·삼중 주차 돼 있던 인근 공장 주변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이곳 1~2층에는 우체국, 카페, 일식집, 네일숍, 스크린골프장, 은행, 세무사 사무실 등 직원들을 위한 여러 편의 시설도 들어서 있다.
축구장 27배 크기, 연면적 19만4365㎡(약 5만8800평)로 2020년 준공한 이 건물은 ‘시설’ ‘제도’ ‘인력’ 모두 노후화된 ‘삼로(三老)’ 산단의 문제를 해결한 지식산업센터다. 입주 기업 리쿠스의 구성민 대표는 “좋은 위치에 주차장 같은 편의 시설까지 누릴 수 있는 집약된 공간”이라고 했다. 1977년 조성이 시작된 반월공단이 ‘수직 복합 개발’로 활력을 되찾고 청년 근로자들이 찾는 산업캠퍼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조형 아파트 공장’에 800여 기업 입주
반월·시화산단은 입주 기업 약 2만사, 고용 인원 25만여 명으로 국가 산단 중 가장 큰 규모다. 40년 넘은 대표 노후 산단이지만 민간이 3282억원 투자해 2020년 준공한 안산스마트스퀘어는 ‘삼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입주 기업인 우주텍 사무실엔 안마의자, 오락기, 간식·휴식 공간까지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신발과 여행 용품을 만드는 제조업 회사지만 직원 30여 명이 대부분 20~30대다. 우주텍 관계자는 “2015년 산단에 회사를 설립했다가 직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이곳으로 옮겼다”며 “젊은 직원은 일할 의욕이 생기고, 기존 산단에서 누렸던 네트워크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했다. 이 건물 입주 기업들은 업종 등에 따라 법인세와 재산세 감면 혜택도 받았다.
◇노후 산단, 정부 펀드 마중물에 민간 투자가 뒷받침
지하철 서해선 원시역 인근에는 노후 공장 사이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대형 건물이 있다. 주변 1~2층짜리 오래된 공장과 달리 지하 2층 지상 14층 건물로 연말 준공 예정인 ‘안산 KDT 지식산업센터’다. 낙후 지역 한복판에 있던 저층 창고를 허물고 아파트형 공장과 상가는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496호)까지 갖춘 복합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노후 산단을 개선하는 ‘구조 고도화 사업’ 중 하나로 정부의 산단환경개선펀드 150억원이 마중물이 돼 민간 투자를 유치, 총 1316억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오피스텔도 입주할 수 있도록 토지용도를 지원 시설에서 복합 시설로 바꿨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단 내에 주거 시설을 지을 수 없어 원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했고, 이는 젊은 인력이 산단을 기피하는 요인이 됐다”며 “안산 KDT 지식산업센터는 용도 변경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자본을 유치한 산단 개선의 대표 사례다”라고 했다. 연말 입주가 시작하면 이 일대 수십 년간 없던 음식점·카페 등 편의 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산단 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2015년 문을 연 산단 내 호텔인 ‘호텔스퀘어 안산’도 정부펀드로 시작했다. 정부펀드 150억원과 공단 자금 150억원을 시드머니로 해 민간 투자 306억원을 유치했다. 올해 4월에 3성급에서 4성급 호텔로 승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정부가 ‘1호 킬러 규제’로 지목한 산단 입지 규제를 시장·민간·수요자 관점에서 30년 만에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며 “규제 개혁으로 용도 변경 절차 기간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고, 노후 산단 개선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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