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이닝’ 문동주, 약속된 피날레 등판 “항저우에서는 아쉬움 없는 피칭 하겠다”

안승호 기자 2023. 9.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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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 5회 말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우완 문동주(20)가 2023시즌 KBO리그에 진한 흔적을 남기고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한화는 3일 잠실 LG전 이후로도 정규시즌 종료까지 3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선발 투수 문동주에게 이날 경기는 약속된 시즌 최종전이었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문동주는 120이닝 투구 제한을 걸어두고, 2년차 시즌을 보내기로 했다. 부상 없는 성장을 유도하려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마련된 계획이었다.

문동주는 이날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마음먹은 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제구가 흔들렸고, 구위도 한창 좋을 때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막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얻은 것은, 이날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이닝을 늘려갈 수 있는 운영 능력이었다. 문동주는 5회 1사까지 105구를 던지면서 흔들렸지만 5-3 리드 상황에서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4.1이닝 11피안타 2볼넷 3실점. 문동주는 수치로 드러난 대로 굉장히 고전했고,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는 것으로 2023시즌 마지막 임무를 마쳤다. 한화는 이날 5회까지 리드를 그대로 지켜 5-3으로 승리했다.

문동주는 이로써 올시즌 23경기 등판에 118.2이닝을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 3.72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뒤늦게 시즌에 합류한 뒤 28.2이닝만을 던진 터여서 올시즌 재도전할 수 있었던 신인왕 등극에도 손색없는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문동주는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로 ‘상품성’도 키웠다. 지난 4월12일 광주 KIA전에서 160.1㎞(PTS 공식 기록 기준)를 찍어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160㎞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는 최원호 한화 감독이 문동주의 성장을 요약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처음과 달리 강약 조절을 하는 능력이 생겼고, 제구력이 개선되고 있다”며 “주자 상황에 따라 공을 쥐고 있는 시간을 달리하는 여유와 시야까지 생겼다”고 칭찬했다.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는 서산 2군 훈련장에 당분간 체력을 충전하며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합류를 준비한다. 대표팀 소집일은 22일이다. 문동주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선발 요원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문동주는 경기 뒤 “새 이닝을 맞을 때마다 (오늘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던졌다”며 “안타를 많이 맞고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이런 상태에서도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또 “올 한해 부상 없이 던진 것은 100점이지만, 야구적인 부분은 내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면서 “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유감없는 피칭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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