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존재 이유 사라진 청문회 차라리 없애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는 구제 불능 4류 정치의 현주소 그 자체였다. 청문회는 더 이상 후보 검증의 장이 아니다. 여야의 정략의 대결장이다. 야당의 유일한 목적은 후보 낙마다. 신상털기 청문회로 전락한 이유다. 게다가 도덕성 잣대는 지나치게 높여놨다. 대통령이 낙점한 외부인사들 다수가 고사한다고 한다. 그 자리는 정치인과 관료 차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청문회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 위원장은 여당의 방탄 속 야당의 신상털기와 보고서 채택 거부, 대통령의 임명 강행의 수순을 거쳤다. 이제 청문회의 공식이 됐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16번째 장관급 공직자다. 청문회를 처음 도입한 노무현 정부선 3건에 불과했던 임명 강행이다. 이명박 정부서 12건으로 늘었고 문재인 정부서는 25건으로 폭증했다. 윤석열 정부가 기록을 깰 게 확실하다. 시간이 갈수록 청문회가 진영정치의 대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문회 무용론은 당연한 결과다.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다. 우선 청문회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야당은 후보자 낙마를 위한 흠집내기에 올인한다. 후보자 낙마로 정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다. 애당초 후보자 능력과 자질 검증에는 관심조차 없다. 야당의 계획표에 빠져있다.
그러니 능력과 자질 검증은 기대할 수 없다. 도덕성 검증을 앞세운 후보 낙마용 신상털기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의힘도 야당 때 그랬다. 신상털기 청문회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청문회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개(능력 자질 검증)와 비공개(도덕성) 청문회로 이원화 한 미국식 청문회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비공개 청문회 전에 3개월 정도의 철저한 사전 도덕성 검증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하자가 있는 후보자는 걸러낸다.
이런 미국식 청문회 도입 목소리가 10여 년 전부터 나왔지만 야당의 반대에 막혀있다. 정권을 흔들 절호의 기회를 야당이 포기할 리 없다. 그들에게 내일의 집권 여당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다 여당이 되면 입장이 180도 바뀐다. 갑자기 제도 개선을 외친다. 말 그대로 내로남불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검증 잣대도 문제다.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병역 면탈, 논문 표절 등 공직 불가 5대 기준을 만든 건 문재인 정부였다. 공정과 정의라는 거창한 구호가 걸렸다. 도덕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꿈꿨지만 오판이었다. 5대 허들을 다 넘을 수 있는 이상적 인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문 대통령부터 잇딴 후보자 낙마에 좌절했다.
한번 올라간 기준은 내려가지 않게 마련이다. 여기에 후보자 신상털기가 일상이 됐다. 장관 후보자들 열에 일곱은 "난 자신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장관 시킬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적임자를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가 된 웃픈 현실이다. 윤 대통령이 순차 개각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장관 자리는 상대적으로 청문회 통과가 쉬운 정치인과 관료의 독무대가 됐다. 선출직인 정치인은 투표라는 1차 여론 검증과정을 거친다. 동료 의원 봐주기라는 프리미엄도 누린다. 절대 유리하다. 의원이 청문회서 낙마한 사례를 찾기 힘든 배경이다. 관료도 비슷하다. 승진을 위해선 자기 관리가 필수다. 고위직을 원하는 관료들은 초년병때부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정권은 유능한 정부를 꿈 꾼다. 각계의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려 한다. 정치인과 관료보다 유능한 외부 인재들이 많이 있다. 도덕성 검증은 필수지만 후보 망신주기 청문회가 유능한 정부 구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곤란하다. 후보 흠집내가와 방탄, 보고서 거부, 임명 강행이라는 소모적 정쟁에 국민은 진절머리가 나 있다. 청문회서 후보의 낙마를 부를 한방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청문회 도입 이전의 여론 검증 수준을 넘지 못한다. 국가와 국민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청문회라면 계속 할 이유가 없다. 내로남불을 떨치고 확실히 제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면 이쯤에서 청문회는 접는 게 맞다.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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