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막판에 왜 빠졌나…국민연금 개혁 가시밭길 예고
[국민연금 개편 논란]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갈지자걸음을 내딛고 있다. 개혁안 논의의 밑그림이 될 민간 전문가 위원회 보고서 초안에 연금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만 담기고 연금의 핵심 기능인 노후 소득 강화 방안은 사실상 빠지자 거센 반발이 이는 탓이다. 뒤늦게 정부가 소득대체율 인상안도 최종 보고서에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자 위원회는 다시 이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 등 취재를 3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6~7월 본격적인 회의를 거쳐 복지부에 제출할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 보고서에 노후 소득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넣기로 결정했다. 소득대체율은 개인이 평생 번 평균 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올해 42.5%에서 매년 낮아져 2028년부턴 40%가 된다. 하지만 이는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이야기로, 2020년 기준 실제 가입 기간은 18.6년, 실질 소득대체율은 24.2%다.
애초 재정계산위가 지난해 11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놓고 노후 소득 강화에 중점을 둔 이들보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더 중요시하는 이들이 다수로 꾸려지긴 했으나,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소득대체율 인상을 개혁안의 하나로 담는 데 큰 이견은 없었던 셈이다. 소득대체율을 45%·50%로 인상하되, 보험료율은 현행 소득의 9%에서 13%까지만 올리고 나머지 재정은 보험료 부과 소득과 국고 지원 확대로 확보하는 안이다.
의견 충돌은 8월 보고서 편집위원회 회의 때 재정 안정화론 쪽 위원이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유지안에 ‘다수안’, 인상안에 ‘소수안’을 표기하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다수안, 소수안 표기를 둘러싼 날 선 공방 끝에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위원 2명이 퇴장하며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관련 대목을 완전히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소득대체율 관련 내용은 논의 경과만 정리해 보고서에 1쪽 실리는 것으로 끝났다.
소득대체율 인상 내용이 아예 빠지는 건 이후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합의 없인 불가능한 연금 개혁 방안을 검토하면서 최소한의 소득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보고서는 문제”라며 “일방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사회적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소득대체율 내용이 빠진 보고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안 없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수급개시 연령은 늦추는 방식의 재정 안정화 방안만으론 연금 개혁 동력을 얻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연합뉴스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재정 지속 가능성도 제고해야 하고, 세대 간 형평성도 높여야 하며, 적정한 노후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1일 연 공청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최종 자문안이 아니라고 이미 선을 긋고 나서는 한편, 재정계산위에 다양한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국민연금 최종 개혁안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재정계산위는 수용할 뜻을 밝혔다. 소득대체율 인상안과 관련해 김용하 위원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청회에서 나온 각계 의견을 받아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복지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소득대체율 부분도 들어갈 내용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가들 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을 받아 논의한 뒤 입법안을 만들어내야 할 국회 논의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특위)가 지난 2월 시민 500명 참여로 꾸리기로 한 공론화위원회는 아직 구성은 물론 운영 방식이나 일정 등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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