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침체 장기화 대비,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9.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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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국유은행 파산 가능성 적지만
지방정부 재정 적자·소비 급감 등 여파
中 경제불안 지속 영향 최소화 하고
탈중국보단 '새판짜기' 기회 삼아야
[서울경제]

중국의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중국의 모습이 2008년 무렵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닮았다고 한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중국의 상황이 헝다(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같은 부동산 기업의 부실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해 금융위기로 전이된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지금 중국의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중국발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중국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른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국가들과 다른 중국의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경제는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과 전혀 다르다. 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교통은행·우정저축은행 등 중국의 대형 은행은 대부분이 국유은행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절반가량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시장에는 부동산과 관련된 파생상품도 없다. 은행권 대출에서 부동산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도 안 된다.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국유은행들이 부동산 문제로 먼저 파산할 일도 없고 다른 분야로 문제가 전이됐을 경우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중국의 금융시장에 들어온 해외 자본도 거의 없어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다른 나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경험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도 대응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동산 관련 기업의 연쇄 부도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헝다그룹이 2년여 전 위기에 처했을 당시에도 중국 위기론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최근 중국 경제를 힘겹게 만든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더 크다.

물론 부동산발 위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침체를 겪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탁업을 비롯해 부동산과 연관된 분야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조짐이 엿보인다. 부동산 분야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 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중국이 부동산을 동원해 경제 발전의 밑거름을 삼은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토지 매각 대금이 지방 세수의 원천이었으나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로 시장이 위축되고 토지 판매가 줄어들자 지방정부의 재정은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방역 비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지방정부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에도 적자 재정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국민들도 줄어든 소비를 늘릴 분위기가 아니다. 기본적인 먹거리 등 생필품 구매 외에는 지갑을 꼭꼭 닫고 있다. 줄 서서 먹던 고급 레스토랑도 빈자리가 넘쳐나고 명품숍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 거래가 없으니 도배·장판·인테리어 등의 자영업자 한숨이 늘어난다. 가구·가전 등의 구매도 확실히 줄었다.

이렇다 보니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이 역시 절반은 맞고 나머지는 틀리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물론 소비와 소득 모두 마이너스가 지속돼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은 현재 CPI만 마이너스다.

중국의 성장이 못마땅한 미국이지만 중국 경제의 붕괴만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이 입게 될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망한다고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도 없다. 지금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상황 등에 대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탈중국을 외치는 것보다 교역 1위 국가의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대중국 경제 상황의 새 판을 짜기 좋은 환경,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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