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절반 소멸 위험···"향토지식재산으로 지역경제 살려야"
신안 1004섬·여수 갓김치·신당동 떡볶이거리 등
지역자산에 기술·문화 융복합, 새 일자리·소득 창출
올부터 지역 혁신 포럼 열어 맞춤형 세부 전략 마련
최근 몇년새 가뜩이나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지방소멸 이슈에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 시 수도권으로의 입구 집중이 심화돼, 이에 따른 각종 비효율 및 비용증가로 한국경제가 성장정체를 넘어서 경기침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실제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소멸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 지고 있다. 특정 지역 거주 인구 중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눴을 때 관련 수치가 0.5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결혼적령기 및 가임기 수 대비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 수가 많은 지역은 장기 시계열로 봤을 때 인구 공동화 현상 등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국내의 ‘소멸 위험’ 지역은 118곳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시·군·구가 228곳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지역 중 과반이 소멸 위험지역인 셈이다.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매년 1조원 가량의 예산을 지방소멸에 쏟아 붓는 등 지방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없이는 인구 유출을 막기 힘들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이하 지재위)가 추진 중인 ‘향토지식재산권’ 육성 사업이 지방소멸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역경제 특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지역경제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익증대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지방소멸을 막는 것은 물론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재위는 올 4월 ‘향토지식재산과 지역혁신 포럼’을 신설해 석달에 한번꼴로 지역 IP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올 4월 개최된 첫 포럼에서는 ‘향토지식재산 국내외 현황과 우수사례 소개’ 등이 논의됐으며 6월 개최된 2차 포럼에서는 ‘K-푸드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한식에 기반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이야기 됐다.
특히 이달 14일 울산에서 개최되는 제 3차 포럼은 ‘글로컬 전략으로서 향토지식재산의 새로운 혁신활동과 과제’를 주제로 울산지역의 IP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날 포럼에는 백만기 지재위원장을 비롯해 황종환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 안효대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해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의 향토지식재산 글로컬 전략’, ‘시민과 함께하는 반구대 암각화 지역공동자산화 방안’ 등 울산지역 IP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 IP 활성화 방안은 대부분 반도체와 같은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했다면, 향토지식재산권 포럼은 지역밀착형 특화 IP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재위 관계자는 “향토지식재산은 인간친화형 한국적 원천기술로서 첨단기술 및 문화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창출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 기술, 노하우 및 생활습관으로 전승된 문화라는 점에서 현대적 양식에 맞게 적응 및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사회공동체 문화정체성 형성 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재위 측은 향토지식재산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차츰 업그레이드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재위는 향토지식재산을 자연·사회 환경을 통해 생성된 전통경험지식과 같은 지식체계 또는 유무형의 지역자원을 활용해 만든 지적 창작물 등으로 정의 중이다. 지재위 측은 또 향토지식재산을 △전통지식 △경험지식 △공유지식 △자연생태환경지식 등으로 세부 분류해 이에 맞춤한 세부 전략을 내놓고 있다.
지재위 측은 이를 통해 신안 1004섬이나 춘천 소양강댐, 정선 곤드레와 같은 자연향토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노린다.
또 한국산 김치, 전통주, 나전칠기 제조법과 같은 명인들의 솜씨가 발휘되는 식음료 및 가구는 물론 강강수월래 같은 민속놀이 또한 지역 IP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여수 돌산 갓김치의 경우 갓김치를 담그거나 저장하는 전통 방법 외에 이를 활용한 그림이나 관련 문헌 등을 통해 이들 IP의 상업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재위는 막거리나 김치 제조시 사용되는 전통발효 기법을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제조 시에도 활용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재위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반복경험과 체화된 숙련도 및 영업 노하우 등의 강점을 기반으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한 신당동 떡볶이 거리, 부산 삼진어묵, 지평 막걸리도 향토지식재산으로 분류중이다. 지재위는 여기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전주한옥마을, 함평 나비축제, 서울시의 해치 캐릭터 등의 IP 활성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지재위는 지자체와 손잡고 이들 IP의 연구논문 작성은 물론 이를 디지털화하는 방식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백만기 지재위원장은 “향토지식재산은 지역만이 가진 차별성, 독창성, 문화 등과 어우러져 지역산업을 이끌어 갈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향토지식재산의 사업화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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