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육활동진흥법 개정 무색… 여학생들 여전히 ‘운동장 소외’

김나현 2023. 9. 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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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초·중·고 여학생 중 교내 스포츠클럽 참여 인원이 절반에 그치는 등 여학생의 '운동장 소외'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 체육교사 송모(30)씨는 "여학생들이 2차 성징이 오면서 점점 운동장을 멀리하고, 또래 남학생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져 체육활동을 잘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을 위해 특별한 계획을 짜진 않고, 여학생끼리 배드민턴을 치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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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스포츠클럽 참여 54% 그쳐
25%만 주 3회 이상 고강도 운동
女 체육활동 활성화안 홍보 미흡
학교별 세부계획 현황 파악 안 돼
전문가 “체육활동 접근성 떨어져
넷볼·킨볼 등 뉴스포츠 활성화를”

‘골 때리는 그녀들’, ‘사이렌’ 등 운동하는 여성들이 미디어 전면에 등장하며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불고있다. 반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여학생 중 교내 스포츠클럽 참여 인원이 절반에 그치는 등 여학생의 ‘운동장 소외’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교육부와 각 학교장이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체육활동진흥법을 개정한 이후 7년의 성과로는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여학생(272만1969명) 중 54%(147만5747명)가 교내 스포츠클럽에 참여했다. 체육활동진흥법에 따르면 각 학교는 여학생 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해당 학교의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반영한 스포츠클럽을 운영해야 한다. 축구, 농구 등 일상 생활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남학생과 달리 신체 활동이 부족한 여학생들의 운동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제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법 제정이 무색하게 남·여학생 간 신체활동 참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 3회 이상 고강도 신체활동’을 한 남학생은 절반 가까이 됐지만 여학생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지침이 법제화된 2016년(남학생 49.4%, 여학생 24.9%)에서 나아진 것이 없었다. 여학생의 ‘하루 1시간 신체활동율’이나 ‘근력강화율’도 큰 변화가 없었다. 교육부가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기본지침은 마련했으나 실질적인 감독과 홍보는 부족했던 탓으로 분석된다.

개정된 체육활동진흥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교육부의 기본지침에 따라 매년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세부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교육부 장관은 이를 평가해 결과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지가 ‘전국 교육청이 학교별 세부계획 수립 현황을 관리하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이를 수치화해 파악한 곳은 울산교육청 1곳뿐이었다.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 체육교사 송모(30)씨는 “여학생들이 2차 성징이 오고 남학생과 신체 차이가 나면서 점점 운동장을 멀리한다”면서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을 위해 특별한 계획을 짜진 않고, 여학생끼리 배드민턴을 치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36년차 초등교사 김모(58)씨도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전국 학교별 여학생 체육교육 활성화 계획 수립 여부’를 취합한 자료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장학사들을 통해 각 개별 학교에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적극 독려해 달라고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체육활동에 소극적인 학생들을 위해 특별교부금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체육수업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연수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서울 경인고 체육 교사 이윤희(45)씨는 “여전히 공만 던져주는 선생님들이 있지만, 체육수업은 교사가 어떻게 하기 나름”이라며 “모듬수업과 조별과제를 이용해 협동적인 수업을 짜면 모두의 체육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다른 스포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은 “여학생들이 체육활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기 어려운 체육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넷볼, 킨볼과 같이 공을 무서워하는 학생도 쉽게 할 수 있는 뉴스포츠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희씨도 “뉴스포츠는 중·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체육활동의 장벽을 낮춰주는 데 효과적”이라며 “체육시간의 학습된 무기력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무한한 기회를 줘서 효능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학생들도 체격이나 운동 경험 수준이 유사한 학생들끼리 체육 활동을 했을 때 더 즐겁게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를 다니는 권아랑(14)양은 “초등학교 때는 공도 무섭고 체육시간이 싫었다”며 “중학교에 와서 체육수업 때 핸드볼을 처음 해봤는데 공도 손에 딱 맞고, 팀 경기도 재밌어서 여자 핸드볼클럽에도 들었다”고 했다.

강 의원은 “학교체육진흥법에서도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유·청소년기 여학생의 체육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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