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편식' 韓반도체 부진 늪 … 車·바이오는 美日보다 선전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9.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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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韓美日 기업 실적 점검
삼성·SK 상반기 영업익 -25%
인텔·퀄컴은 6% 늘어 대조적
D램값 1달러대 진입후 하락세
시스템 반도체는 AI열풍 호황
"고금리·공급망 재편으로 타격
세제·수출지원 등 강화할 필요"

◆ 韓美日 기업 실적 비교 ◆

전 세계 경기 위축에 한·미·일 3국 대표 기업의 성적표가 엇갈렸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편중된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부진했다. 반면, 한국 자동차와 바이오 기업은 불황기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미·일 업종별 대표 기업 경영실적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유통, 제약·바이오, 정유, 통신, 인터넷 서비스 8개 업종을 대상으로 국가별 44개 기업(한국 16개, 미국 16개, 일본 12개)의 실적을 비교·분석했다.

포천이 집계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3국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은 일본에 해당 업체가 없어 한국과 미국 기업만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6.2%를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4.8%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 대표 기업 인텔과 퀄컴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23.3%, 영업이익률은 6%로 대조를 이뤘다. 분석 대상 국가 기업은 아니지만 대만 TSMC의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3.5%, 영업이익률은 43.8%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산업계 실적이 미국 반도체 기업보다 뒤진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편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보통 칩을 구매하는 회사가 여러 제조사에 필요한 물량을 중복으로 선주문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구매를 취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맞춤 주문 형태로 사전에 확정 계약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산업과 달리 경기 불황기에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8월 PC용 D램 범용제품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1.30달러다. 전월보다 2.99% 낮아진 것으로 지난해 8월(2.85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해당 제품으로 고정거래가를 측정한 것은 2016년 6월부터다. 올해 1월 처음으로 1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속적 감산으로 하반기 가격 반등이 예상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문제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경기 침체에도 오히려 호황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불어닥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특수를 맞았다. 이 때문에 장기 불황에 빠진 메모리 기업과 실적 격차가 더 커졌다. 대중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개발과 운용에 핵심인 그래픽저장장치(GPU)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400억달러 규모인 GPU 시장 규모는 2032년이면 4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5%에 달한다.

대표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는 5~7월에 매출 135억1000달러(약 18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호실적이다.

반면,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3조원 가까운 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으로 올 2분기 영업손실이 2조8821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52.3%로 삼성전자(-20.2%), 인텔(-26.8%), 퀄컴(-19.8%)에 비해 부진했다. 경총은 "시스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대표 기업에 비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한국(현대차, 기아) 실적이 미국(포드, 제너럴모터스), 일본(도요타, 혼다)보다 양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2.4%, 영업이익률은 11.2%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16.9%, 19.4%,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5.8%, 6.8%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 업종 대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도 한국(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18.0%, 30.3%로, 미국(-18%, 19.8%)과 일본(7.8%, 6.2%)보다 높았다. 미국 기업은 존슨앤드존슨과 화이자, 일본은 다케다제약과 아스텔라스제약이다.

철강은 일본회사가 선전했다.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일본제철 11.3%, JFE홀딩스 4.0%였다. 반면 포스코홀딩스(-10.9%), 현대제철(-5.8%), US스틸(-17.8%), 뉴코어(-18.2%)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유업종은 SK이노베이션(4.7%)과 일본 에네오스홀딩스(0.8%)만 매출이 증가했다. GS칼텍스(-17.3%), 엑손모빌(-17.8%), 셰브론(-19.0%), 이데미쓰코산(-4.2%)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 주력 업종인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이 다른 국가에 비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금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슈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수출 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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