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계약 해지 늘어나면 공급난 불가피

변수연 기자 2023. 9.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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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시공사 계약 잇단 해지
서울도 시공사 계약 잇단 해지
조합-시공사간 공사비 갈등 커져
시공사 재선정땐 반년가량 지체
분담금 증가 우려에 투자자 '신중'
서울시는 시공사 선정요건 강화
[서울경제]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서울에서도 시공권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자 정비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사비 급등 국면에 지방과 수도권 정비사업장에서 계약 해지가 나온 경우가 있는데 서울까지 확산할 경우 향후 공급 물량에도 영향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장 조합이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고 있다. 공사비를 올려 달라는 시공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가는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억대로 늘 수 있어 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협상 카드인 셈이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공사비 증액(3.3㎡당 490만→859만 원)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원 1인당 예상되는 추가 분담금은 약 2억 5000만 원에 이른다”며 “조합(집행부)이 직접 약 39개의 재개발·재건축 공사 현장을 알아본 결과 현재 적정 공사비는 1군 시공사 기준으로 일반 마감재 사용 시 600만 원 초중반대, 최고가로 해도 700만 원 초중반대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 기한 전까지 공사비 협의가 안 되면 빨리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사비 협상을 한 후 관리처분 총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제시한 859만 원에서 20% 내린 687만 원으로 내린 협상안을 제시했고 협상 기한은 23일 총회 전까지로 못 박았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도 이달 9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시공사 계약이 해지될 경우 시공사보다는 조합에 더욱 치명적이다. 바로 시공사 재선정에 나서도 사업 기간이 6개월 가까이 더 걸릴 수 있는 데다 재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이 5월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지만 새 시공사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조합은 결국 기존 시공단과의 계약 해지를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사업 기간과 공사비 부담만 늘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최근 물가나 공사비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고 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조합들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며 “다만 원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해도 새 시공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경우 향후 예상된 입주 물량에도 영향을 줘 공급난이 우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의 경우 민간 정비사업으로 인한 주택 공급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정비사업장의 사업 지연은 향후 2~3년 뒤 공급 물량에 치명타다.

공사비 협상 끝에 시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합들도 있다. 서초구 서초신동아 재건축 조합은 DL이앤씨와의 협상 끝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474만 원에서 700만 원 초반대로 올리기로 했고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도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절차를 거친 끝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거치더라도 최근 대폭 늘어난 금융 비용에 대해서는 검증이 어려워 사실상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비사업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계약 확정’ 여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재개발 투자자들은 주로 서울 사업장에 투자하는데 시공사 계약 해지가 이뤄질 경우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서울 정비사업장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이견이 없는지가 정비사업 투자의 주요 변수가 됐다”며 “조합원 매물을 샀다가 양측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공사비가 오르면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시공 계약이 해지되면 입주권 매물 시세가 출렁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요건을 강화한 것도 변수다. 7월부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 개정으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겨졌지만 선정 요건은 오히려 강화됐다. 이전에는 조합원의 과반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최다 득표한 곳이 시공사로 선정됐다면 현재는 조합원 과반 표 획득으로 강화됐다. 1대1 경쟁 구도에서도 이 같은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뿐 아니라 결국 짬짜미 총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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