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허브 '스페이스K' 서울 건립 유력 검토
정부가 수도권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허브 ‘스페이스K’ 후보지가 서울 내 업무·교통 핵심지로 사실상 좁혀졌다. 글로벌 기업, 벤처캐피털(VC), 스타트업 종사자 간 교류가 핵심인 창업 허브의 특성상 서울 중심지를 벗어나면 충분한 집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규모도 최소 대지 면적 3300㎡(약 1000평) 이상 대규모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국적기업 입주 등을 통한 글로벌 창업 허브를 지향하는 만큼 중소 규모로는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말까지 후보 지역을 압축하고 내년부터 기본 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착공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종합 대책의 물리적 컨트롤타워를 임기 내 구축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스페이스K 후보지로 창업 기반 인프라가 이미 마련된 서울 내 업무·교통 중심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스페이스K는 입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입지 선정을 위해 민간 자문단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대부분 강남·성수 등 서울 핵심지를 강하게 추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글로벌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춘 지역에 스페이스K를 조성하면 클러스터(집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K는 글로벌 기업과 VC,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이들의 교류·투자·협업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말 중기부가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종합 대책에 포함돼 공식화됐다. 정부는 수도권 1곳, 지방 1곳 등 총 2곳을 구축한다. ‘지방 스페이스K’는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도권에 설립될 스페이스K가 국내 스타트업 산업의 핵심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문단을 꾸려 입지와 규모·콘셉트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문단의 조언을 기반으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올해 말까지 기본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현실적인 부지를 고려해 대지 면적 1500㎡ 규모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최소 3300㎡ 이상인 국공유지에 스페이스K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 팁스타운, 마루360, 디캠프 선릉센터 등 기존의 국내 창업 허브보다 획기적으로 큰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스페이스K의 소프트웨어(지원 프로그램), 하드웨어는 기존 창업 허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성이 있을 것”이라며 “대지 면적 1000평 정도로는 정부가 구상 중인 각종 프로그램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가능한 한 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프랑스 파리의 글로벌 창업 허브 ‘스테이션F’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션F는 스타트업 단일 거점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허브로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와 같은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 입주해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같은 현지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입주 스타트업이 자체적인 기술·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성을 입증하면 대기업이 지분 투자 등을 통해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VC나 액셀러레이터(AC)도 300곳 넘게 입주해 있다.
중기부는 올해 말까지 스페이스K에 대한 기본 방향을 확정하고 내년에 기본 계획 수립과 건축 설계를 마칠 방침이다. 2025년 착공해 이르면 2026년 말~2027년 초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입주를 원하는 국내외 글로벌 기업, VC, 스타트업, 대학, 지원 기관 등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여러 곳이 중기부에 스페이스K 입주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대기업 여러 곳으로부터 스페이스K에 입주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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