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18지선다 연금개혁 시나리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는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회의 내용을 담은 회의록이 게재돼 있다. 계산위가 지난 정부 제1~4차 계산위의 '밀실 논의' 지적을 수용해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회의록 공개는 중단됐다. 한 계산위원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같은 민감한 부분의 논의 과정이 알려지면 여론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연금개혁의 핵심인 모수개혁 논의를 꼭꼭 숨기는 계산위를 보고 이번 개혁마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스쳤던 게 기억난다.
불안감이 현실이 됐다. 지난 1일 계산위는 그간 논의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무려 18개의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보험료율 인상안 3가지, 수급연령 상향 범위 3가지, 기금수익률 증대안 2가지 등 3개 변수를 조합한 것이다.
위원 간 대립으로 소득대체율 개혁안이 빠진 것은 논외로 치자. 보고서 어디에도 연금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과 실행안은 찾을 수 없었다. 시나리오별 기금 적자 시점과 고갈 시점을 수리적으로 추산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0개월간 논의를 통해 내놓은 결과가 문자 그대로 '계산'에만 그친 것이다.
2200만 가입자를 둔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데는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각계각층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지며 목소리를 낼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16년간 어느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못 댄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다 자칫 폭발할 수도 있는 성난 민심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손 놓고 있기에는 여유가 없다. 연금 고갈 시점은 30여 년 앞으로 다가왔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감은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중이다. 어느 때보다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에 출범한 제5차 계산위의 결과가 더욱 실망스러운 이유다. 국민이 필요한 건 백과사전식 계산 노트가 아닌 통찰과 개혁 의지가 담긴 냉철한 호소문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시도라도 해봤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류영욱 경제부 norti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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