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강력레이저 연구 투자는 왜 중요한가

2023. 9.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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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너지. 무한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폭발 위험성과 공해가 없고, 안전하면서도 이산화탄소(CO2)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생 기술이 있을까? 얼마 전 그 실마리가 나왔다. 핵융합 기술이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의 레이저-핵융합 연구시설인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에서 지난해 12월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점화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7월 30일 다시 한 번 점화에 성공했다. NIF는 초고출력·고에너지를 가진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 점화를 이루기 위해 2009년 완성한 세계 최대 레이저 연구시설로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핵융합 점화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곳에서 거둔 연구 결과는 초강력 레이저를 통한 꿈의 에너지원인 레이저-핵융합에너지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레이저는 1960년 메이먼(T Maiman)에 의해 최초로 발명된 이래로 6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DVD, 레이저 포인터, 레이저 의료기기, 거리측정기와 반도체 가공, 초정밀 미세 가공 등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레이저 광선검, 전자기 펄스탄(EMP)처럼 드론이나 전투기, 미사일을 무력화해 미래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레이저 무기도 영화 속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레이저 출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우주·항공과 첨단 바이오, 신무기 개발 분야까지 활용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1000조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빛을 발생시키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초강력 레이저 시설은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가진 광선을 물질에 집속시켜 물질의 순간적인 변화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초고속·초정밀 실험이 가능한 초대형 연구시설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극한의 기초·응용연구를 할 수 있다.

빅뱅과 블랙홀 등 초고온·초고압의 극한 우주 환경을 지상에서 구현하면서 인간이 풀 수 없었던 우주의 생성과 파멸 원리도 연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를 능가하는 초경량·초고강도 소재 개발도 가능해진다. 선진국들은 이미 레이저 기술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0.35PW(1PW=1000조W) 시설을 50PW 규모로 고도화 중이고 유럽연합(EU)과 중국도 각각 20PW와 100PW 규모의 레이저 연구시설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 적극적인 초격차 레이저 기술 선점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광주과학기술원(GIST) 내 고등광기술연구소(APRI)와 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에서 4PW 레이저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과학이나 산업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진국이 개발 중인 100PW 이상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구축해야만 한다. 국내에서도 초강력 레이저 시설 구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최고의 연구에 투입돼야 한다'며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글로벌 연구시설이자 국제 공동 연구개발 협력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공홍진 KAIST 명예교수·한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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