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막히자 '스팩합병' 눈돌려…과열 주의보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3. 9.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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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27건 신청 '최다'
이미 작년 전체건수 추월
자금조달 어려워 우회로 선택
올 스팩합병 상장 11곳중 6곳
기준가보다 주가 더 떨어져
팸텍, 스팩합병 후 37% 하락

올해 8월 말 기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상장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스팩은 일반기업과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명목상 주식회사다. 올해 기업공개(IPO), 투자유치 등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증권사가 상장해놓은 스팩 수가 증가해 직상장 대신 우회로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팩합병(스팩소멸합병·스팩존속합병 포함)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건수는 27건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16건)과 비교하면 68% 증가한 수치다. 스팩합병 신청 건수는 2009년 스팩합병 제도가 도입되고, 2010년부터 스팩이 등장한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총 26건의 스팩합병 신청이 접수된 2017년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스팩합병 신청 건수가 30건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을 스팩합병 선호 기업이 증가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가 상장한 스팩이 많은 점도 스팩합병의 주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되며, 주주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 수는 45개에 달한다. 2019년 30개, 2020년 19개, 2021년 25개와 비교해 급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상장이 용이한 스팩합병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지난해 많은 스팩이 상장됐는데, 내년까지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청산해야 해 올해 합병할 기업을 찾는 작업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스팩합병 신청 기업 수가 늘면서 투자자 손실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스팩합병 제도가 시장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유망 기업의 자금조달을 적기에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IPO를 통한 상장보다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상장의 경우 공모가를 정하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분석과 평가가 이뤄진다. 일반청약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반응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스팩합병의 경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스팩합병은 비교군 없이 절대적인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합병 비율·가액 등을 결정한다. 주관사, 발행사가 협의한 이 가격을 놓고 주주총회를 거치지만 몸값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지닌 기관들의 평가를 거치는 IPO를 통해서도 몸값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는데, 이를 거치지 않는 스팩합병의 경우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스팩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11곳 중 7곳이 상장 첫날 기준가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또 1일 종가 기준 상장 당시 기준가보다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6곳으로 절반 이상 기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IPO 절차를 거쳐 신규 상장한 기업 48곳(스팩·리츠 제외) 가운데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한 기업은 9곳에 그쳤다. 10곳 중 8곳 넘는 기업이 주가가 오른 셈이다. 또 1일 기준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16곳으로, 10곳 중 6곳 이상의 기업이 여전히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락률 면에서도 차이가 컸다. 올해 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1일 종가 기준 평균 등락률이 공모가 대비 49%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기업의 평균 등락률은 기준가 대비 -5.23%로 저조했다. 특히 올해 스팩합병으로 증권시장에 진입한 기업 중 팸텍(-37.34%) 셀바이오휴먼텍(-35.27%) 화인써키트(-33.59%) 메쎄이상(-29.97%) 벨로크(-19.9%) 코스텍시스(-12.72%) 등의 낙폭이 컸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합병 대상회사 선정·평가에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합병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정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수 있다며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대표발기인)의 과거 스팩 이력 등 공시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증권사 등에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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