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전자 이끌어도 …'역풍선 효과' 갇힌 박스피
코스피 2600대 중반 전망 여전
한종목 오르면 다른종목 빠져
거래대금·예탁금 7월말 정점
신규자금 유입없이 감소세
실적발표후 이익 전망 주춤
9월 첫 거래일 삼성전자가 6.1% 올라 '7만 전자'로 복귀했지만 코스피는 0.29% 오르는 데 그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3689억원 순매수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오른 종목(316개)보다 내린 종목(553개)이 훨씬 많았다. 증권가에선 기대했던 대장주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반등이 나왔음에도 지수가 움직이지 못한 것은 결국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수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코스피 밴드에 대해 교보증권은 2450~2700, 다올투자증권은 2440~2660, 삼성증권은 2450~2650, 신한투자증권은 2400~2650, 키움증권은 2450~2680, 한화투자증권은 2350~2750을 제시했다. 지난 1일 코스피 2563.71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박스권을 예상한 것이다.
7월까지 상승 랠리가 펼쳐졌던 증시가 대장주 삼성전자의 반등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신규 자금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던 한국 8월 무역지표가 발표됐음에도 외국인은 경기 민감 수출주를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에 보유했던 종목을 매도한 후 매수하는 형태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소식에 그동안 HBM 효과 수혜를 보고 있던 SK하이닉스를 외국인이 지난 1일 순매도한 것이 그 사례다.
코스피 평균 거래대금은 8월 1주 차에는 14조4366억원이었지만 28~31일 8조78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8월 31일 기준 51조5788억원으로 2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던 7월 27일 58조1990억원에서 크게 내려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코스피가 그대로인 것은 패시브 신규 자금 수급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며 "고금리에 시장엔 새로운 유동성이 없다보니 삼성전자로 유동성이 집중되면서 다른 종목은 빠지는 일종의 '역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종목이나 업종이 튀면 다른 종목이 빠지는 장세라는 설명이다.
기관은 2개월 연속, 외국인은 3개월 연속 순매도를 나타냈는데 3분기 실적 발표 전인 9월은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계절성을 과거에도 보였기 때문에 수급 여력이 더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수급은 4일 연속 유입되고 있지만 현물 수급의 방향성을 여전히 찾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관의 순매수 여력이 약해지면서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액티브주식 펀드에서는 956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ETF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인덱스주식 펀드에선 9804억원이 순유입됐다. 주로 지수 전체가 아닌 섹터 ETF에 투자하는 자금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코스피 이익 컨센서스가 더 주춤해졌다는 점도 상승 랠리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수출 역시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반도체, 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하반기 이익 추정치는 더 내려갔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시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상승하고 중국 부동산 디폴트 등 매크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보다 약한 가운데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세 상승장이 아닌 박스권에서 한 종목·업종이 오를 때 다른 종목은 내리는 시소게임의 순환매가 반복되면서 투자자의 소외감이 심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증시에서 2차전지, 테마주만 올랐다면 이제 또 다른 소수 섹터만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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