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골 해트트릭…침묵 깬 '캡틴 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유효 슈팅 3번 모두 골로 연결
결정력·연계 등 활약 돋보여
EPL통산 106골, 호날두 넘어
英 언론 극찬, 평점 10점 받아
토트넘 리그 4경기 무패 행진
확실한 이유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에 앞서 득점왕에 올랐던 2021~2022시즌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손흥민'으로 돌아와 건재함을 보여주겠다던 그는 시즌 EPL 4번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골잡이의 경쟁력을 변함없이 뽐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의 2023~2024시즌 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소속팀 토트넘의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올 시즌 EPL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달렸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안와골절과 스포츠 탈장 등 악재가 겹친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랐던 2021~2022시즌 23골에 비해 크게 골 수가 적은 10골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올 시즌 4경기 만에 자신의 경기력에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앞선 리그 3경기에서 조력자 역할을 맡았던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전략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최전방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힌 손흥민은 전반 16분과 후반 18분, 후반 21분에 번리의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손흥민이 한 경기에서 3골을 성공시킨 건 지난해 9월 17일 레스터 시티와의 2022~2023시즌 EPL 8라운드 이후 약 1년 만이다.
손흥민의 장점이 가장 빛난 것은 첫 번째 골이다. 역습 상황에서 날카로운 침투로 상대 수비를 뒤흔든 손흥민은 침착하게 공을 잡은 뒤 왼쪽 측면을 파고드는 마노르 솔로몬에게 공을 내줬다. 영리한 움직임으로 일대일 찬스를 만든 손흥민은 노련하게 마무리했다.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슛으로 올 시즌 EPL 첫 골을 기록했다.
골 장면을 제외하고도 손흥민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올 시즌 주장으로서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며 팀이 5대2로 이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팀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3골을 넣을 수 있었다. 승점 3점을 획득하게 돼 행복하다"며 "주장으로서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이날 왼쪽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3번의 유효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하는 남다른 결정력과 전방 압박, 연계 등에서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해리 케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남은 시즌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 기회를 잡는다면 2021~2022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EPL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선수"라며 "손흥민은 우리 팀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경기장 밖에서도 최고인 손흥민이 오늘 해트트릭을 성공시켜 기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활약은 평점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을 부여했다. 유럽축구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인 9.6점을 줬다. 또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EPL 사무국이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MOM)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날 3골을 추가해 EPL 통산 106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와 디디에 드로그바(104골)를 넘어서게 됐다. EPL 역대 득점 순위 30위로 올라선 손흥민은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8일과 13일 각각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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