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고 “남친이 협박” 무고, 남친은 172일 옥살이…징역 2년 선고

스스로 목에 상처내고 “남친이 긁어”
남자친구 구속, 억울한 옥살이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뉴시스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자해한 후 "남자친구가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한 여성이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40)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강남구의 남자친구 집에서 약 반 년 동안 함께 살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잦았고, 결국 2021년 4월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며 A 씨에게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잠들자, A 씨는 자신의 목에 흉기로 직접 상처를 낸 뒤 화장실로 들어가 "남자친구가 목에 식칼을 겨누고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에게 A 씨는 "남자친구가 주방에서 흉기를 몰래 가져와 허리춤에 숨기고 같이 죽을 것인지 물었다"며 "무시하자 흉기를 목에 갖다대고 여러 차례 긁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도 A 씨는 진단서를 제출하며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쓱싹쓱싹 그어댔다"며 허위 진술해, 남자친구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된 A 씨의 남자친구는 특수상해·특수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남자친구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자, A 씨는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남자친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2021년 9월까지 172일 동안 유치장과 구치소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검찰의 항소가 기각돼 무죄가 확정된 뒤에야 약 440일 만에 혐의를 벗게 됐다. 반대로 남자친구에게 없는 죄를 씌우려 한 A 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무고는 국가형벌권의 심판기능을 저해하고 피무고자로 하여금 부당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로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5개월 동안 허위 신고를 인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궁지에 빠뜨렸다"며 "비록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남자친구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탓해 반성이 진정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