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사이렌 울리고 대피명령 떨어져도…우크라이나 아이들의 개학식
유니세프 “670만명 학습장애”
아동 스트레스·교사 부족 등 문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아빠 블라드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전통 축제 의상을 입고 6세, 8세 아이와 함께 개학식에 참석했다. 블라드는 자녀에게 학내 대피소에 보관할 비상 가방을 챙겨줬다. 학교 측은 가방에 담요, 호흡기 마스크, 필수 의약품, 좋아하는 장난감 등을 담아서 가져오라고 권했다.
키이우의 한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올가는 “지난해에는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좋아져서 학교에 갈떄 입을 옷과 신발을 사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 공격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학교들은 자체 발전기까지 구비했다. 아이들은 개학을 앞두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떴다.
그러나 블라드와 올가의 자녀들은 평범한 개학식을 맞지 못했다. 이날도 공습경보가 울렸다. 키이우 전역의 학교에 폭탄테러 위협이 있다는 시 당국의 안내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 전원이 인근 광장이나 대피소 등으로 피했다.
올가는 폭발물 위협으로 수업이 중단되고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딸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며 “딸은 이 모든 것이 재미있는 모험이자 학교 밖에서 산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듯 하다”고 말했다. 블라드도 아이들이 공습경보로 대피소에 가는 상황에서도 친구들과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프랑스24는 이날 공습경보 사이렌과 드론 공격 위협 속에서 열린 키이우의 개학식 풍경을 전했다. 전쟁 후 키이우 학교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학교 대부분이 자체 대피소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방공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치명적 공격은 크게 줄었지만 파괴된 미사일이나 드론 잔해 낙하로 인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리냐는 딸이 다니는 학교에 대피소가 없어 올해 초 전학을 시켰다면서 “이제 학교 선택의 주요 기준은 대피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아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온전한 학교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학령기 아동 중 약 3분의 1만이 직접 수업에 참석한다. 3분의 1은 온라인으로만, 나머지 3분의 1은 온·오프 병행해서 수업을 듣는다. 전선과 가까운 돈바스 지역에서는 대면수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 돈바스 학교 1300곳이 완전히 파괴됐다.
유니세프는 우크라이나 아동 670만명이 학습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공부할 시간부터 부족하다. 남부 헤르손 인근 미콜라이우시는 지난 5월 기준 이 지역 아이들 절반이 주당 10시간 미만 공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어린이에게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자선재단 ‘보이스 오브 칠드런’의 심리학자 마리냐 샤반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경험했다”며 “스트레스와 충격적인 경험은 학습, 집중력,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교사 부족도 우크라이나 교육계의 근심거리이다. 전쟁 직후 2만2000명의 교사가 우크라이나를 떠났으며, 900명은 입대했다. 블라드는 지난해 딸의 수업에 법학전문대학원생이 와서 가르쳤지만 전문성이 너무 부족해 자녀를 전학시켰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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