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위기 오면 어쩌려고’···정부, 외평기금 떼서 세수부족 메운다

이창준 기자 2023. 9.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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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재원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외평기금은 환율 등락에 대비해 외화와 원화를 기금 형태로 쌓아둔 것인데, 정부는 현재 원화가 많이 모여 있는 데다 원화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를 빼다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급변할 경우 원화가 부족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부족한 올해 세수를 보완하기 위해 외평기금 예탁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평기금은 환율 불안 때 정부가 대응하기 위해 갖고 있는 돈이다. 환율이 오르면 기금 내 외화를 팔고 원화를 사고, 환율이 내리면 원화를 팔고 외화를 사는 식으로 환율을 유지한다.

재원은 채권을 발행하거나(외평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돈을 빌려와(공자기금 예탁금) 조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환율 급등기에 달러를 내다 팔아 외평기금에 이례적으로 원화가 많이 쌓여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세금부족으로 쓸 돈이 부족한 상태다. 올해 세수는 예상보다 40조원 이상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부족한 세금을 메꾸는 방법은 크게 셋인데,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거나(불용), 지난해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을 쓰거나, 공자기금 재원을 쓰는 것 등이다.

정부는 15조~20조원 가량의 외평기금을 공자기금에 갚고, 이 자금으로 재정지출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매년 10조원 안팎의 예산 불용액이 발생하고, 올해 세계잉여금 중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원 규모가 6조원 가량이다. 여기에 20조원 가량의 외평기금을 공자기금에 편입시키면 어느 정도 부족분이 메꿔진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문제는 외평기금이 너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빼 공자기금에 순상환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세수 부족 분을 메우기 위해 기금 재원을 빼다 쓴다면 단기간에 외평기금 규모가 30~40조원이 넘게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환율이 급락(원화강세)할 때 달러를 매수해 환율을 진정시킬 원화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원화표시 저금리 외평채 18조원 가량을 발행했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대응한 시장 개입 원화 재원은 충분하다”며 “외평기금 재원을 쓰는 것은 하나의 카드일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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