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신발도 못 팔아…제주지정면세점 '반쪽장사'
지역상권 반발로 수십년 답보
제주도가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사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제주관광공사(JTO)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내 지정 면세점 매출은 국토교통부 산하 JDC 면세점은 6584억원에 달했지만, 제주도 산하 JTO 면세점은 539억원에 머물렀다. JDC가 100억원을 벌면 JTO는 8억원도 못 번다는 뜻이다.
JTO와 JDC의 매출 차이가 극명한 것은 '위치' 때문이다. JDC는 관광객 대부분이 거쳐가는 제주공항과 제주항 내에 있지만, JTO는 여행객이 상대적으로 덜 방문하는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에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JTO 면세점 수익은 제주 관광 통합 마케팅 재원으로 100% 활용되고 있다"며 "벌어들이는 돈이 관련 편의와 인프라에 사용되는 만큼 매출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매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면세점 '품목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주류 △담배 △시계 △화장품 △향수 △핸드백(지갑·벨트 포함) △선글라스 △과자류 △인삼류 △넥타이 △스카프 △신변 장식용 액세서리 △문구류 △완구류 △라이터 △미술품(판화·조각화 등) 등 16개로 제한된 품목을 사기업인 롯데·신라면세점처럼 옷과 신발, 모자, 장갑 등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제주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규정에 따르면 '그 밖에 제주도 조례가 정하는 물품'을 지정 면세점에서 팔 수 있게 물꼬를 열어두고 있다. 실제 2011년 제주도는 품목 확대를 위한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지만, 지역 상인들이 도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면서 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아울러 JTO 면세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매장 규모 확대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JTO 면세점의 면적(2285.6㎡)은 2009년 개점 당시 그대로인 반면 JDC 면세점(공항)은 2002년 개점 때보다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JTO 관계자는 "20년 이상 묶여 있는 판매 품목 확대가 절실하지만, 지역 상권 보호라는 명분이 수십 년째 이어지며 제주도가 가진 특허권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면서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보세 판매장 매출액은 2조38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JTO 면세점이 있는 국제컨벤션센터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매장 규모를 확대하면 컨벤션센터는 임대료 등 추가 수익이 발생하고, JTO 면세점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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