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배차·운임 척척 … 중개료 뺀 '화물 플랫폼' 뜬다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3. 9. 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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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後 유가·인건비 상승해
기업들 물류비 올들어 15%↑
과도한 주선사 수수료가 주범
CJ대한통운 '더운반' 7월 출시
화주·화물차 직거래 가능해져
물류비 부담 최고 20% 낮춰
경기도 용인시의 한 가구회사에서 '더운반'을 이용해 화물차 배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가구회사 A사는 최근 물류비가 급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비용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르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비가 이전보다 15% 급등했기 때문이다. A사가 선택한 대안은 물류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배차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중개사에 연락해 화물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제는 CJ대한통운 화물 플랫폼 '더운반(The unban)'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배차를 하고 있다. 더운반을 이용한 뒤 A사는 용인에서 수원까지 6만~7만원가량 들던 물류비를 5만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A사 관계자는 "가구는 반품과 교환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화물차를 섭외해야 한다"며 "그동안 직원 5명이 일일이 전화해 화물차를 섭외했는데 이를 자동화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물류업계가 연간 33조원에 달하는 '중간물류(미들마일)' 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간물류는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물품을 배송하는 기업 간 거래(B2B) 물류를 말한다. 기업들은 최근 고유가와 인건비 급등으로 물류비용이 급격히 오르자 주선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물류 플랫폼 이용을 늘리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화물 배송을 위탁하는 화주(貨主)가 집행하는 운임 가운데 10~40%는 주선사 수수료로 차감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많게는 50% 넘게 수수료로 지급하는 일도 있는데, 이는 고스란히 화주의 물류비 증감으로 귀속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지난 7월 더운반 플랫폼을 내놓고 화주와 화물차 기사를 직접 연계하고 있다. 더운반은 CJ대한통운이 1930년 설립한 이후 축적한 화물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운송비를 책정·제공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화물 종류와 운행 거리 등과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기상 상황과 유가 등까지 고려해 가장 적합한 운임을 산출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주선사를 통해 지급하던 운송료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간물류를 독점하던 주선사는 화주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물류비를 끌어올렸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주선사 가운데 99.3%는 자본금 및 자산평가액이 5억원 이하인 영세업체였다. 그만큼 비효율이 누적된 셈인데, 화주로서는 주선사를 통하지 않고는 화물차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선사와 운송업체가 복수로 개입하면 운송 단계가 5단계 이상으로 늘어나는 사례도 허다했다. 이는 중간물류 시장이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화주가 주선사에 운송을 의뢰하면 주선사는 화주의 물량 정보를 갖고 운송업체에 재의뢰를 한다. 운송업체는 화물차 기사들과 계약을 맺고 실제 운송을 수행한다. 화주는 물론 화물차 기사들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주선사와 운송업체가 개입할 여지를 뒀던 것이다.

반면 더운반은 주선사를 통하지 않고 화주가 마치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것처럼 화물 정보를 플랫폼에 올리면, 화물차 기사가 이를 보고 운송 여부를 결정한다. 주선사와 운송업체가 중간에 끼지 않기 때문에 물류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화물차 기사는 좋은 배차를 받기 위해 주선사에 영업을 하기도 했다"면서 "더운반을 이용하면 주선사에 연락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중간물류 시장의 화물중개 플랫폼 도입을 놓고 최근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물류 기업은 물론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부터 SKT·KT 같은 통신사까지 대거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화물중개 플랫폼이 주선사와 연계되고 있어 물류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다수 화물중개 플랫폼들은 주선사와 화물차 기사를 연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운송비용 절감 효과가 작을 것으로 보고 화주와 화물차를 직접 연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IT 업계가 당장 몸집을 키우려고 운송 물량을 주선사에서 확보하고 있다. 현재 다단계 시장 구조에 편승하면 정보 독점과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 기존 병폐들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류업계는 화물중개 플랫폼이 잇따라 도입되면 화물차 기사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화물차 기사들에게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서 물류비용을 올렸지만, 이는 주선사와 운송업체들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를 통해 화물 운송 시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주와 화물차 기사를 직접 연계하는 플랫폼이 활성화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화주와 화물차를 직접 연결해 운송하는 거래를 '직거래 매출액'으로 구분해 화주는 법인세를 공제해주고 화물차 기사에게는 유류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 해양수산부는 화주가 한국 국적선사를 이용하면 법인세나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우수선화주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규식 기자]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9월 3일자 기업면에 'AI가 배차·운임 척척 … 중개료 뺀 '화물 플랫폼' 뜬다' 제하의 기사에서 "화주가 집행하는 운임 가운데 10~40%는 주선사 수수료로 차감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많게는 50% 넘게 수수료로 지급하는 일도 있는데, 이는 고스란히 화주의 물류비 증감으로 귀속되고 있다" 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주선사업자가 차주에게 받는 주선수수료는 평균 7.5%이고, 운송업체로부터 받는 주선수수료는 6.7%이며,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3개 정보망에서 거래된 100만 건 이상의 통계로도 평균 7.4%로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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