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역사 왜곡…군 정통성 훼손" 비판
"역사에 부끄러움 후회 남기지 않고자 쓴다 … 대통령실이 정리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이어 목소리 적극 쏟아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의 흉상 철거 결정을 두고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글을 올린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비판의 무게를 높였다. 깊은 우려를 표하며 숙고해달라고 글을 쓴지 일주일만에 다시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겠다고 해왔으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롯해 최근 열흘 새 한일 관계 또는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 방침에 날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에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글을 올린다”며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을 따로 철거·이전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하여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와 독립전쟁을 선포한 이후 우리 독립군 부대가 일제 정규군을 상대로 처음으로 거둔 큰 승리였으며, 이런 승리가 있어 우리 독립운동사는 무장독립투쟁을 중요한 축으로 세우면서 훨씬 풍부해지고 빛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제의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는 풍찬노숙으로 떠돌면서도 무장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의 의지의 표상이었다”며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5인의 독립영웅 흉상 육사 교정 설치를 두고 “우리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것이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하고 있으며,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을 드높인 일”이라며 “육사 생도들이 훈련한 탄피를 녹여 흉상을 만듦으로써 사관 생도들의 의지를 함께 담은 뜻깊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범도 장군이 두 아들을 독립전쟁의 전투 중에 잃었고, 부인도 일제에 체포되어 고문으로 순국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 애국심과 헌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하태경 의원 때문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면서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어민들과 수산업 관련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어민과 수산업자 피해에 강력한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고도 썼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31일 오후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을 통해 “육군사관학교는 교내 충무관 입구와 내부에 설치된 독립투사 6위(홍범도 지청천 이범석 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이상 충무관 입구, 박승환 참령-충무관 내부)의 흉상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고려하여 하여,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혀 반발을 샀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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