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때문에 실적 못 올린다”…상사도 폭행한 KT 직원, 무슨 일?

근무시간 변경 반려되자
직속 상사 폭행한 KT 직원
징계해고 불복, 소송 제기
1심 이어 2심도 “해고 정당”
‘업무지시 거부’ 판단 근거로

KT 광화문 사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선택근로제 변경 신청이 반려되자 상사를 폭행한 KT 직원이 해고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 직원은 동료와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실적을 향상해달라는 회사 측 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38-1민사부는 전직 KT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KT 재직 당시 고객시설 개통, 고객기술 서비스, 현장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주로 담당 지역에서 단말기 회수 신청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임대단말기를 회수하는 업무를 맡았다.

A씨는 2021년 5월 회사가 시행 중인 선택근로제에 따라 근무시간을 변경하기 위해 ‘선택근로제 변경 신청’을 전산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팀장인 B씨는 변경 사유를 ‘기타’로 적을 경우 구두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승인을 반려했다.

A씨는 승인이 반려되자 부장에게 항의한 다음 같은 날 동일한 내용의 근무시간 변경 신청을 제출했다. B씨는 마찬가지로 이를 반려했다.

그러나 A씨는 B씨 사무실에 들어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얼굴과 뒤통수 등을 수차례 폭행했다. B씨가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쳐 봐라, 쳐’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화를 참지 못했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오랜 기간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 모친의 부양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50대 중반이어서 사실상 재취업이 어렵다”며 “다른 중징계를 통해서도 폭행 사건을 예방하거나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에 비춰 보면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해고가 무효인 만큼 해고일 다음 날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받아야 할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가 근무시간을 종전과 달리 변경할 것을 신청하자 사유를 묻기 위해 A씨 신청에 대한 승인을 반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KT의 복무관리지침에서 정한 근무시간 선택에 관한 승인 여부 결정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정당한 복무관리권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A씨는 이에 불응해 근무시간 변경 신청 사유를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승인할 것만을 요구했다”며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가 회사의 실적 향상 요구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부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 A씨의 임대단말기 회수 실적은 하루 평균 10개 미만에 불과했다. 다른 팀원들은 같은 기간 평균 16개 이상을 회수하고 있다.

재판부는 “팀장으로 부임한 피해자는 A씨에게 임대단말기 회수 실적을 향상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저조한 실적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동료 직원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실적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업무상 지시를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직속 상급자인 피해자의 정당한 업무상 지휘·명령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A씨가 또 다른 지시를 불응하면서 폭행한 이 사건에 대해 KT가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KT의 기업질서가 현저히 문란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A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A씨 측은 현재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